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2013)

 철없는 여동생, 어머니 덕분에 늘어난 집값, 풀리지 않는 채로 반복되는 일상, 용기내지 못하는 탓에 좋아하는 이성과도 잘 되지 않는 월터. 하지만 그에게는 일상을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가 있었다. 바로 ‘상상’이다. 월터는 상상에 몰입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 ⓒ네이버 영화

 누구나 한 번쯤은 바랐던 상상이 현실이 되는 것. ‘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게 어떤 건지 알고 싶었다. 사실 제목과 포스터로 예상한 재밌는 영화보다 잠잠하긴 했다. 상상치도 못한 상상이 현실이 되는 그런 화려한 광경을 기대하고 봤다. 하지만 월터는 그 이상의 또 다른 ‘무언가’를 남겨주고 갔다. 본디 영화는 아무 생각 없이 재밌는 킬링타임이 목적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현실에서 잠깐이라도 벗어나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이야기를 부담 없이 즐기고 싶은 마음에서다. 내가 생각하는 영화는 그렇다. 판타지를 좋아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일상’이 아닌 ‘환상’이 필요했던 시간, 무작정 영화를 찾았다. 그 중 눈에 띈 영화 하나,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상상이 현실이 된다는 글 하나가 마음에 들었다.

 월터는 라이프 잡지사에서 필름 인화를 담당하고 있다. 유명 사진가 숀 오코넬은 ‘25번 사진은 내 최고 작품이다. 삶의 정수가 담겨있으니 잘 실어 줄거라 믿는다.’라는 편지와 함께 마지막 호에 실을 필름을 월터에게 전했다. 하지만 숀이 보낸 필름 중 ‘25번’ 사진만 비어있다. 사진을 찾아내야만 하는 월터는 숀을 찾아 떠난다.

▲ ⓒ네이버 영화

 하고 싶지만 하지 못할 때 그는 멍 때리며 상상하곤 했다. 상사에게 하고 싶은 말을 꾹 참는 것도, 그의 짝사랑 셰릴에게 좋아요 한 번 누르지 못한 것도. 그런 월터가 조금 비겁하게 보이기도 했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 같았다.

 그러나 사진을 찾아간 먼 여정을 다녀온 월터는 더 이상 상상하지 않았다. 현실을 겁내지 않고 똑바로 바라보는 사람이 된 것이다. 현실은 그에게 더 이상 어려움을 줄 수 없었다. 그에게 상상은 현실과의 타협이었을지도 모른다. 상상만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상을 벗어나 자연 속에서 할 수 있는 대로 다 해보는 월터. 월터가 찾으려는 것은 그린란드에도, 아이슬란드에도, 중국에도 어디에도 없었다. 바로 그에게 있었다. 월터가 찾아야 했던 건, 찾으려고 했던 것은 어쩌면 자신이었을지도 모른다. 월터를 통해 ‘여행’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영화 속 월터처럼 나에게 필요한 ‘여정’에 대해서 생각해보기도 했다.

▲ ⓒ네이버 영화

 월터보다 숀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숀은 용기내지 못하는 월터를 위해 큰 그림을 그렸다. 영화의 결말에 보면 숀의 25번째 사진이 월터라는 것을 볼 수 있다. 필름과 함께 건네준 편지에서도 숀은 그를 믿고 있었다. 자신의 용기를 위해 응원하는 누군가. 숀은 월터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그의 상상을 현실로 실천할 수 있게 도와준 숀이 영화 속 현실의 ‘진짜’ 주인공이 아닐까.

▲ ⓒ네이버 영화

 

To see the world, things dangerous to come to, to see behind walls, to draw closer, to find each other, and to feel. That is the purpose of life.

세상을 보고 무수한 장애물을 넘어 벽을 허물고 더 가까이 다가가 서로를 알아가고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목적이다.

 

▶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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