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냐 국제 일러스트 원화전

나는 박물관이나 전시회 등에 관심이 많다. 서울에서 지내면서도 몇 번을 다녀오고 외국을 갈 때도 박물관은 꼭 한 번씩은 들러본다.

▲ ⓒ공유나

대구에서 열리는 전시회를 찾아보다 ‘볼로냐 국제 일러스트 원화전’을 발견하게 되었다. 1967년부터 시작되어 52회째 전시를 진행하고 있는 역사가 깊은 전시회다. 한국에서는 오직 대구에서만 관람할 수 있는 전시회라 좀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이 전시회는 매년 5명의 새로운 심사위원들이 80여 개국 3000명 이상이 제출한 15,000점의 작품들 중에서 300~400점의 작품들만을 선정하여 진행된다. 엄청난 양의 작품들 중에서 특별하게 선별되어 전시하는 만큼 실력 있는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미술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가공되지 않은 작품인 원화를 볼 수 있다는 것에 끌려 전시회를 관람하게 되었다.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단순하게 우리에게 다가오는 일러스트는 왠지 모를 편안함을 주었다. 투박하지만 생각이 가장 자연스럽게 묻어 나오는 원화는 보고 있는 나의 생각마저 깨끗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원화전 내부에는 일러스트 원화뿐만 아니라 일러스트가 바탕이 되어 제작된 동화나 책등도 함께 볼 수 있었다. 어떤 방식으로 원화가 책이 되는지를 알게 되었다. 또, 일러스트를 직접 그리며 체험해볼 수 있는 장소도 있어서 그저 원화를 보는 것만이 아니라 다양한 것들을 같이 해볼 수 있었다.

▲ ⓒ김은수

작품을 감상하던 중 눈에 띄는 작품이 있었다. 고래를 그려놓은 작품이었는데, 그림체도 정감 있게 다가왔고 깔끔한 디자인도 마음에 들었다. 어미 고래와 새끼 고래를 표현하는 부분에서 고래들의 시선이 그림임에도 불구하고 감정이 느껴졌다.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과 입구에 그려져 있는 고래가 문득 떠올랐다.

일러스트 원화전을 보러 갈 때 처음의 마음은 큰 생각 없이 가볍게 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원화전을 보고 나서는 여러 가지를 느낄 수 있었다.
똑같은 물체를 표현함에 있어서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모두 그 물체의 특징들을 다르게 받아들이고 다르게 표현했다. 우리에게 어떤 물체를 묘사하라고 했을 때 대부분이 비슷하게 그려내는 반면 아티스트들은 그 물체를 본인들만의 생각을 담아 다르게 바라보았다. 고정관념 속에 살고 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머릿속에 지나갔다. 물체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들은 분명 다양한데 우리들의 인지를 대표하는 몇 가지만 기억된다. 좀 더 창의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한 번쯤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수많은 작품들이 전시회에 전시되어 있지만 아티스트들은 저마다의 스타일이 존재했다. 다른 사람들 작품 속에 섞여있어도 알 수 있을 만큼 각자의 특색이 뚜렷했다. 본인들만의 느낌과 색깔이 존재했다. 그 점을 보며 또다시 우리 사회를 돌아보게 되었다. 현대의 사회는 특별한 행동을 하면 주변의 시선이 따갑다. 남들과 비슷한 길을 걸어야 하고 비슷한 목표를 가지고 살아야 도태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비슷한 길을 걸어가더라도 자신만의 특색을 가지고 본인을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이 자신에게 맞는다면 그 방향으로 과감히 움직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전시회에서 뜻하지 않은 의미들을 많이 얻어온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반복되는 삶 속에서 가끔 접하게 되는 문화생활은 언제나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흥미를 가져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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