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임시정부 수립의 100주년을 기념하여 우리는 다시금 독립 운동가들의 희생을 돌이키며 감사함을 상기시켰다. 그러나 여성독립운동가의 이름을 떠올리면 유관순 열사 정도만을 기억하고 있진 않은가?

이 책은 이상룡의 손자며느리이신 허은 독립운동 지사께서 안동 임청각 집안의 만주 망명과 정착 과정 당시를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그들은 굶주림과 추위, 각종 전염병 속에서 살아남아야 했다. 일제와 중국은 계속해서 목숨을 위협하였고 숨어 다니기 바빴다. 허은 지사는 이런 불안한 상황 속에서도 그들의 버팀목이 되었다. 서로 군정서와 같은 각종 회의가 집에서 이루어지다보니 음식을 마련하는 일도 결코 쉽지 않았다. 몸이 아파도 쉬지 못하며 일을 하는 상황에도, 그녀는 이들을 잘 보필해 드리는 것이 곧 나라를 되찾는 길이라 여겼다고 한다.

▲ ⓒYES24

허은 지사는 만주에서 독립운동가 뿐만이 아니라, 민족의 자존심을 지켜낸 것이고, 길러낸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희생의 진정한 가치를 돌아보게 한다. 또한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한 평가는 활발하지 못했다. 그들의 활동은 내조 정도로 생각하면서 보조적 행동으로 취급해왔기 때문이다. 또 이것이 전반적으로 일제의 탄압 속에서 희생의 상징으로만 여성들을 부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비단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고 전 세계 역사를 봐도 남성 중심으로 쓰인 역사가 많다.

여성들의 활동을 단지 안사람의 일, 아내의 일로 봐서는 안 될 것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말 그대로 임시적 상황이었고 목숨을 위협받으면서 도피생활을 한다. 그런 상황 속에서 이분들이 하는 활동을 단지 정상적인 상황에서의 아내의 일이라고 하는 것으로 국한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매일신문

이상룡 선생집안의 독립운동을 적극적으로 뒷바라지한 숨은 독립 운동가는 허은 지사뿐만이 아니다. 선생의 부인이신 김우락 여사와 며느리인 이중숙 여사도 허은 지사와 함께 독립운동에 동참하셨다. 이들이 없었으면 임청각 집안 3대의 독립운동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일을 마다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신흥무관학교, 서로군정서 등의 활동을 가능하게 만든 숨은 공로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공식 역사 속에서는 김우락, 이중숙, 허은 이라는 이름은 언급되지 않는다. 

2018년 드디어 허은 지사가 서훈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결정적인 이유는 시조부 이상룡 선생과 시아버지 이준형 선생의 유서 자료에서 여성의 독립운동을 높이 평가한 기록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잊고 있었던 독립 운동가를 끝까지 발굴하는 일의 하나로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한 서훈이 더 폭넓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 ⓒ오마이뉴스

그들의 활동을 아무렇지 않게 판단하는 분위기 동조되어 오고, 심지어는 그들의 존재에 무지해왔던 스스로가 창피해진다. 생전 허은 지사는 평생 되돌아봐도 힘들게 지냈던 그 시절에 여한은 없다고 하셨다. 우리는 누군가의 희생 위에 살아가고 있으면서 당장의 작은 희생은 부담스러워 하고 있지 않는가? 그들의 희생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며 정신을 본받고 감사함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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