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어느 날, 봉산문화회관에서는 김성룡 전이 열렸다. `기억공작소`라는 큰 타이틀과 `흔적-비실체성`이라는 부제를 단 이 전시회는 예술을 통하여 현재 이곳의 가치를 기억하고 공작하려는 실천의 자리이며, 마음껏 펼쳐보는 상상과 그것의 재생, 실현을 통해 예술의 미래 정서에 대해 주목하려는 미술가의 시도가 담겨있다. 예술은 어떤 한 인간이 가진 기억을 `한 장면 안에` 가장 잘 드러낼 수 있고, 그 기억에 대하여 새롭고 다양하게 해석하며 풀어낼 수 있다. `예술`은 삶에 있어 함께한 사건과 장면에 대하여 가치 있게 드러내고 살려내려는 기억공작소이다.

ⓒ신지선

  전시장으로 들어서는 순간 가장 먼저 보였던 작품은 전시장 입구 천장 높이 벽면에 걸린 어두운 색 부엉이 그림 `새벽`이었다. 부엉이를 둘러싼 배경 또한 어둡고 그림의 중심인 부엉이 또한 어둡게 표현되어 있어 약간의 위압감과 어두움을 동시에 느꼈다. 자세히보니 이 그림은 유성볼펜과 먹을 함께 사용하여 그린 그림이었고, 작품을 그린 김성룡 작가는 필기구인 유성 볼펜을 주로 이용하여 작품을 그려온 작가였다. 김성룡 작가는 슬픔, 공포, 어둠의 색채들로 표현하여 자신만의 독특하고 독자적인 시각과 태도를 보여준다.

ⓒ신지선

  전시장의 안쪽으로 나아가면 정면 높이 가장 넓은 벽면에 3점의 그림이 함께 걸려있었다. 처음 봤던 부엉이 그림과 동명이지만 다른 느낌이 담긴 `새벽`(왼쪽 위), `새벽`과 같이 날렵한 날개와 날카로운 부리를 가진 매를 품은 채 꿈틀거리는 나무와 숲과 바다를 그린 `바농오름-깊은 잠`(오른쪽 위), `공의 뜰`(중간 아래)이라는 작품들이다. 이 작품들은 주로 사용하던 유성 볼펜이 아닌, 모두 아크릴릭을 이용하여 그렸고, 모두 자연과 매를 주제로 그렸다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김성룡 작가는 이번 전시에 담은 `비실체성`에 관한 그림들은 산 것과 죽은 것, 현실과 비현실, 실체와 비실체의 몽환적 경계 상태에서 숲과 사물을 살펴보며 걷는 행위의 흔적을 통과하는 지점이라고 말한다. 특히 작가의 작품 중 하나인 `바농오름-깊은 잠`은 숲의 저령과 기운을 간직한 흔적들과 생사의 여부를 알 수 없이 누워있는 매의 자태를 통하여 비실체성을 드러낸다.

ⓒ신지선

  이번 전시회에는 `고흐`와 관련한 그림이 이 작품 외에도 하나가 더 있었다. `고흐의 숲` 시리즈 중 하나인 이 작품은 유성 볼펜을 사용하여 볼펜 선으로만 그린 작품이다. 김성룡 작가가 순수 영혼으로서의 인간 고흐와 고흐의 회화에 대한 경외심을 중심으로 정형화된 회화의 경계에서 벗어나려는 노력과 탐구의 흔적이 담겨있다. 이 그림은 볼펜만을 이용하여 그린 그림이지만 수만 개의 획을 통해 그 어떤 그림보다도 사실적이고 정교한 이미지로 표현되어 있다. 

  작가의 그림에는 일정한 빛과 어둠이 함께 공존한다. 비실체성을 자연과 이어 통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작가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림을 그저 바라만 보고 지나가는 것이 아닌 직접 이 그림으로 들어가 체험하고 있는 사람의 시점으로 바라봐 다양한 상상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기억`을 통해 예술을 표현할 수 있는 하나의 매체로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러한 자세를 통해 우리는 예술을 바라보는 태도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참고 - http://www.bongsanart.org/performance/sub2_2_1.html?num=1581&year=2019&month=3&day=18&page=1 (봉산문화회관 공식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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