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넷, 복학생, 4학년, 졸업예정자, 그리고 취업준비생.

복학하고 나니 이제는 대학생이 아닌 졸업예정자이자 취업준비생이 되어있었다.

그냥 방송국 입사가 하고 싶었고, 마침 KBS 대구방송총국에서 계약직 막내 ‘작가’를 구한다는 채용공고를 접했다. 담당 업무는 단순하게 사무실 막내가 하는 일들처럼 보였고, 호기롭게 써낸 나의 첫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는 면접까지 가지도 못하고 서류전형에서 떨어졌다.

‘단순한 업무인 데다 계약직이었는데 왜?’

의문이 가시질 않았다. 기업에서는 졸업예정자를 좋아하지 않는다던데 정말 그것 때문일까?

그게 아니라 어쩌면 내가 작가라는 직업에 대해서 너무 무지하여서 생긴 결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MBC에서 막내 작가로 일하고 계시는 13학번 강지혜 선배님께 조언을 듣기 위해 인터뷰를 요청하였다.

 

▲ ⓒ mbc 홈페이지

 

Q1. 방송작가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작가직업을 선택한 건 너무 오래전부터 꿈꿔온 일이라 기억이 잘 안 나요. 중학교 2학년 때 그냥 방송작가가 되고 싶었거든요. (웃음) 왜, 연말에 ‘연예대상’ 같은 프로그램을 볼 때면 연예인들보다도 그 뒤에 있는 제작진들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꿈꾸기 시작한 것 같은데 정확하게는 오래 돼서 기억이 잘 안 나네요. 오래되면 무뎌지니까 그냥 당연시됐던 것 같아요. 누군가가 ‘꿈이 뭐야?’ 라고 물어보면 너무나도 당연하게 ‘작가요!’ 했었죠. 대학생 때까지도 쭉 확고했고요!

 

Q2. 방송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만족도는 어떤가요?

 

▲ ⓒ mbc 기억록 공식홈페이지

 

직업만족도는 사실 음……. 저는 높은 편인 것 같아요.

혹시 MBC에서 하는 ‘기억록’이라는 프로그램 본 적 있어요?

그게 제가 지금 하는 프로그램이거든요. 사실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하면 할수록 한계도 느껴지고 나는 작가랑 안 맞나 싶은 시간의 연속이에요, 진짜로. 주변 막내 작가 친구들도 그래서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편이거든요. 그런데 저는 역사를 공부하는 게 재미있기도 하고, 안 맞나 싶다가도 방송이 나오면 진짜 이 맛에 하나 싶기도 하고. (웃음) 그런 부분에서 봤을 때는 만족도가 높은 것 같아요.

 

Q3. 방송작가가 되기 위한 준비는 어떻게 하셨나요?

처음 시작한 건 방송국에 다니고 있던 선배가 아시는 분이 막내 작가를 구하는데 경력이 없어도 되는데 지원해보지 않겠냐고 연락이 왔어요. 마침 저는 준비를 하고 있었고 서울에 거주도 하고 있었던 중이라 면접을 바로 봤어요! 보고 합격해서 바로 출근을 했었죠. (웃음) 처음엔 YTN에 있었어요. 거기에서 6개월 정도 일하다가, 그만두고 다른 데를 알아봐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같이 일했던 조연출이 저를 좋게 봐줘서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 지원해보라고 하셔서 지원하고 면접보고 다니게 되었어요.

취직 준비하면서 유튜브에 콘텐츠를 만들어서 올리기도 하고, 내 생각을 조리 있게 잘 말하는 연습도 자주 했었어요.

별다른 스펙은 없었고요.

 

Q4. 방송작가를 지망하는 지망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을까요?

조언? 조언이라(웃음) 음……. 그냥 자기 소신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 이건 작가뿐만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자기 생각이 있어야 하고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어야 하는 거 같아요. 저는 학교 다닐 때 토론수업을 되게 좋아했었는데 거기에 열심히 참여하려고 했던 게 도움이 많이 되었던 거 같아요. 진짜로! 농담 아니고요. (웃음) 사회로 나오기 전에 미리 연습해둔 느낌?

그래서 직장에서도 저는 시청자로서 프로그램을 평가하기도 하고 자막 만들 때 제 의견을 말해보기도 하고 그러거든요? 그게 제 이미지메이킹에도 도움이 되고, 하루빨리 글로 내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작가가 되는 지름길인 거 같기도 하고 뭐……. 그런 거 같아요. (웃음)

 

 

선배와의 인터뷰가 끝난 뒤, 어쩌면 나의 입사지원서는 그냥 사무직을 생각하고 작성해서 떨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KBS 대구방송총국에서 원하는 인재는 그냥 막내가 아닌 방송작가인데 말이다.

 

우리는 직장을 목표로 해야 할까? 직업을 목표로 해야 할까?

이때까지 나는 직장을 목표로 했던 것 같다. 그것도 아주 막연하게 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잘하는 일이 뭔지, 좋아하고 자신 있는 일이 뭔지 곰곰이 생각해보고 답을 낸 뒤, 직장이 아닌 직업을 목표로 취직을 바라보아야 할 것 같다.

 

 

 
저작권자 © MC (엠씨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