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터 버블이란?

 해방 직후만 하더라도 우리는 극심한 정보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다. 당장의 배고픔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우선시되었고,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매체도 없었다. 그래서 당시 대부분의 매체는 국가가 소유하고 있었고, 문화정치의 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었다. 이후 경제발전을 이루고 국가적 상황이 많이 호전되면서 시민들의 앎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게 된다. 이에 발맞춰 신문, 영화, 잡지 등 많은 매체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뉴스의 소비가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 중앙일보

 

 이후 인터넷이 보급되고, 과거와는 다르게 전 세계적인 정보가 획득할 수 있게 됨으로써 정보 과잉의 시대에 접어들게 된다. 우리는 이를 ‘정보의 홍수 시대’라고 부른다. 여기서 홍수는 불필요한 것이 넘쳐난다는 부정적인 단어로 쓰이지만, 정보가 넘쳐난다는 것은 개인이 추구하고자 하는 지식에 좀 더 쉽고, 다양한 방식으로 다가갈 수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다양한 지식자원 중에 내가 원하는 것을 잘 선별하여 소비한다면 이러한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선별적 정보 소비 방식이 큰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구글이나 유튜브, 페이스북 같은 SNS를 사용하고 있거나 사용해본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새 부터 내가 아무런 검색을 하지 않아도 이전에 봤던 동영상이나 관심을 가지고 찾아본 정보들과 관련된 것이 자동으로 메인 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경우를 많이 봤을 것이다. 이는 단순히 우연이 아니다. 개인의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웹진에 의해 철저하게 프로그래밍이 된 것이다. 미국 시민단체의 이사장인 엘리 프레이져는 이를 ‘필터 버블’이라고 이름 붙였다.

 

 ▶ 필터 버블의 모형 (ⓒ TED)

 

 그는 필터 버블을 ‘인터넷 제공자가 맞춤형 정보를 이용자에게 제공하고 이용자는 필터링된 정보만을 접하게 되는 현상’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이를 ‘우리들만의 개인적이고 유일무이한 정보 우주‘라고 보았다. 우주의 크기와 모양은 철저히 ’나‘에게 달려있어야 하지만 여기에 무엇이 포함될 지는 우리가 결정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실제로 무엇이 편집되어 사라지는지, 그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 수 없을뿐더러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일회적인 정보 획득을 부추기며 정보 편식으로까지 이어진다. 선별적 추천 서비스가 정보를 찾는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켜줄 수 있지만, 사람들은 점점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의 시작은 ‘나’이다. 필터 버블의 문제점을 뒤집어 생각해보면 우리가 원하지 않는, 나의 의견과 반대되는 정보를 제공받을 수도 있음을 알 수 있다. 정보를 소비하는 주체인 ‘나’가 관심만 가진다면 균형잡힌 정보획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개인이 변하지 않는 한 사회도 변하지 않는다. 혹시 지금 내가 필터 버블에 빠져있지는 않는지 스스로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MC (엠씨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