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를 위한 군주의 이상적인 모습

 군주론은 ‘이상적인 국가를 위한 군주의 역할은 무엇인가’ 에 대한 생각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책의 저자인 마키아벨리는 국가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법과 동시에 국민들의 복리를 위한 군주의 이상향을 제시한다. 물론, 군주론의 내용을 현대 국가의 모델에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많은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거론될 만큼 시사하고 있는 바가 많다.

 

 ▶1500년 이탈리아의 분단상황 (ⓒ 위키백과)

 

 군주론을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마키아벨리가 책을 집필한 시대적 배경을 알아야 한다. 마키아벨리는 1467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태어났다. 당시 이탈리아는 분단과 혼란의 시기였다. 비유하자면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처럼 나라를 하나로 통일할 강력한 세력이 없었다. 그래서 더더욱 분단의 기간은 길어졌고, 내부의 고통과 분열 또한 심해져 갔다.

 이러한 시기에 살아가던 마키아벨리는 고위 관직에 종사하던 아버지의 도움으로 외교관으로 활동하게 된다. 하지만, 정치적 음모에 의해 파직을 당하게 되고 다시 외교관으로 복귀할 수 없도록 고문과 투옥 생활을 당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집필된 것이 ‘군주론’이었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 집필을 통해 공직에 복귀하고자 하는 사적인 목적도 있었지만, 통일 이탈리아 건설이라는 더 넓은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주변 강대국의 개입으로 인한 이탈리아의 상처를 치유하고 통일된 국가형태를 위한 내부 통합의 필요성을 주장한 것이다.

 

 ▶ 군주론 표지 (ⓒ 위키백과)

 

‘더 나은 국가를 위해 군주의 부도덕한 행위는 정당한 것이다.’라는 군주론의 내용은 아직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민주주의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결과주의적인 이러한 주장은 이념적으로 어긋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대중들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해석한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는 군주론의 시대적 배경을 간과한 주장이다. 당시 이탈리아는 국가의 안정을 위해 통일이 필수적이었고, 이를 위해 대중들은 군주에게 권력을 위임하는 것에 동의한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복종과 강제 권력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 군주론에서 ‘네체시타’ 라는 개념이 소개되는데, 이는 군주가 공익을 위해 비도덕적 행위를 했을 경우, 그 후의 복리는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군주는 권력 확장을 하면서도 민중으로부터 미움을 받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키아벨리는 운명을 노력을 통해 어느 정도 해결 가능한 것으로 보았다. 지금 우리에게는 이 주장이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지만, 당시 시대적으로 굉장히 파격적인 주장이었다. 1500년 이탈리아는 종교를 절대적인 것으로 생각했다. 신이 하는 말은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것이었고, 종교의 규율에 따라 옳고 그름을 판단하던 때였다. 그렇기 때문에 운명을 극복하기 위해 이에 맞선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마키아벨리는 운명의 여신이자 외부의 우연적인 힘이라는 뜻의 ‘포르투나’를 통치자의 적극적이고 대담한 문제해결 자세를 뜻하는 ‘비르투’를 통해 해결 가능한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주장은 그의 사상이 얼마나 급진적인지를 보여준다.

 

 나는 마키아벨리를 높게 평가한다. 모두가 예스를 외칠 때 그는 ‘왜 동의해야 하지?’라는 의문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는 커뮤니케이션을 배우고 있는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기도 하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진짜인지 누군가의 목적에 의해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는 비판적인 자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비록 군주론이 집필된 지 약 500년이 다 되어 가지만, 세상을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꼭 읽어 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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