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찾아가면 올곧고 쭉쭉 뻗어난 줄기와 통행에도 지장 없이 자란 나무들이 무성히 자라있다. 하지만 원하는 모습으로 자라지 못해 잘려나간 나무들은 아무도 관심을 둬 주지 않는다. 오히려 “저건 잘라야겠다.”라고 혀를 차곤 한다. 영화 ‘트루먼 쇼’에서도 주인공 트루먼은 쇼를 진행하는 크리스토퍼의 방향대로 자라오고 있었다. 크리스토퍼가 원치 않는 길을 걸으려고 할 때마다 과감히 Hard power, Soft power, Smart power를 이용해 원하는 방향대로 자라게 하였다. 이러한 나무들처럼 혹은 트루먼처럼 자라는 것이 가장 올바르고 정직한 길이 맞을까? 우리도 누구에게 인정을 받는 것, 진정한 성공한 삶에 대한 생각은 누군가의 힘에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 [출처 : 연합뉴스]


 이러한 의문들은 해방 직후 ‘대한민국 사람’이 만들어지는 배경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존 하지 중장은 “미군은 조선 사람들의 사상과 의사발표에 간섭도 안 하고 방해도 안 할 것이며 출판에 대하여 검열 같은 것을 하려 하지도 않는다.”고 선언했다. 일본이 만든 악법들도 모두 폐지되었다. 정말 자주 독립국 가로의 한 걸음을 내디딘 줄 알았다. 하지만 ‘민주주의로의 한발’을 방해하는 모든 행위에 대하여 엄중한 처벌이 행해졌다. 이는 1947년 조선신문기자협회가 서울시민 2,495명을 대상으로 한 국호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조선 인민공화국을 국호로 하자는 70%의 사람들은 모두 종북집단으로 변신시켰고 위에 언급된 ‘잘못 자라는 나무’와 같이 잘려나가게 되었다. 제주 4.3사건, 여순사건을 기사에 노출한 언론사엔 정간 명령과 폐간조치가 이루어졌다. 주사위의 6개의 면 중 ‘3’이라는 숫자가 적힌 단면만 보여주었고 우리는 주사위는 ‘3’이다 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진 것이다. 다른 1, 2, 4, 5, 6을 보고 싶어 고개를 돌리는 순간 잘려나간 것이다. 교과서에 실린 문학작품들 역시 공산주의를 향한 긍정적 시선으로 바라본 작품들은 모두 없어졌다. 내가 민주주의의 나라, 자유의 나라 미국에 대한 이상향을 가지게 된 것도 우리가 지금까지 배워온 교육에서부터 온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40개가 넘는 우익 청년단체를 통합한 대동청년단이 설립됐고 이선근이라는 국방부 공보실장을 역임했던 문교부 장관의 일대기가 시작된다. 전형적인 주사위의 ‘3’만 보여 주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였다. 반공교육, 반공 민주교육 강화를 통한 민주주의의 찬양, 북한은 적, 공산주의의 폐해를 모든 국민에게 전파했으며 교육의 질적 향상, 언어문자의 간소화, 국민 생활의 간소화를 중점적으로 교육내용을 만들어 갔다. ‘중앙손보’라는 기관지를 발간했고 이승만의 ‘독립정신’ ‘일본패전의 진상’을 출간하는 등 언론도 이선근이 맡았다. 신문, 잡지, 영화 등 국민의 눈과 귀에 들어가는 모든 출판, 저작권에 대해 검열을 한다. 많은 사람의 다양한 시각이 아닌 혼자만의 시각으로 만들어진 신문, 잡지, 영화만 모든 국민이 접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1950년 수입영화의 80~90%는 미국영화였다. 비중은 계속 늘어났고 국산영화의 5배 이상을 수입한다. 그 당시 영화의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대부분의 할 거 없는 사람들은 모두 극장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모든 영화의 주된 내용은 미국은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지원하는 나라이며 기계설비를 제공하는 물질적 풍요의 나라를 보여주었고 공산당을 적, 매국노 국군과 연맹 군은 자유를 수호하고 인간을 사랑하며 민간인을 보호하는 중립적인 법과 같은 존재로 표현된 영화들만 나온다. 한형 모의 ‘정의의 진격’ 역시 국방부를 통해 직접 제작된 점을 봐도 알 수 있다. 항상 글을 쓸 때마다 언급하게 되는 ‘마블’에 나오는 아이언맨 슈트, 첨단화된 과학 등 미국에 대해 범접할 수 없는 위대함을 느꼈던 나는 정말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이러한 생각하게 되었던 다른 이면의 Power에 대해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 영화 트루먼 쇼에서 나왔던 Power들을 모두 이용하여 굴복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고 잘못 자라던 나무들에 대해 연민의 감정을 느끼지 못한 것도 이런 인과관계가 성립하는 것 같다.

▲ [출처 : 연합뉴스]


 2019년 한국인의 집단정체성과 민군정의 문화정치는 많은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아직도 이순신 장군의 위대한 업적을 교육받으며 국가에 대한 충성심, 애국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힘 있는 언론사나 매체들은 국가, 돈 있는 자들에 의해 보도되고 있다. 지금 내가 접하고 있는 소식에 대해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견해를 귀를 열어 들을 필요가 있고 내 생각이 만들어진 계기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아직도 일명 엘리트집단, 정치인들 및 힘 있는 사람들은 미국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점령하고 있다. 아직도 미국 할리우드의 영화들이 한국에서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고, 나 역시도 영어는 잘해야 하는 필수 과목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도 어쩌면 힘 있는 자들에 의한 교육이나 수많은 관계를 통해 만들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국인의 집단정체성’은 위 사례와 같이 여러 알 수 없는 Power에 의해 잘려나가고 깎여진 잘 자라온 곧게 뻗어 보기 좋은 나무이다. 어쩌면 우리도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지고 로고스, 파토스, 에토스와 같은 힘으로 만들어진 세상을 진짜 세상이라고 믿으며 모르고 사는 트루먼은 아닌지 다시 한 번 고민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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