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FC 개막식 관람기

  대구 FC가 연일 만원 관중을 몰고 있다. 아시아에서 클럽팀의 최강자를 겨루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K리그의 변방팀으로 여겨지던 이 팀이 갑자기 흥행하게 된 이유에는 무엇이 있을까. 개막전 경기를 직접 보고 그 이야기를 함께 풀어보려 한다.

 군대에서 그런 생각을 했다. 왜 우리나라는 프리미어 리그 (영국의 축구리그)처럼 인기가 없을까. 축구를 좋아하는 동기들 또한 그런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항상 아쉬웠다. 영국 사람들처럼 멋진 플레이를 눈앞에서 보고, 그들처럼 열광하고 싶었다.

▲[ⓒ김동욱]

  3호선 역인 북구청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구장이 있다. 어릴 적 야구를 보러 가기 위해 걸었던 이 길로 축구를 보러 간다는 것이 참 묘했다. 흔히 옛날 생각난다는 말이 어울리는 순간이었다. 걷다가 보니 삼성 라이온즈의 옛날 홈구장이었던 시민야구장이 보였다. 격세지감이라는 단어도 떠올랐다. 비가 오면 배수가 안돼서 수영장이 되어 버리던, 야구장의 들러리 격으로 있던 이곳이 축구로 인해 열광하는 장소로 바뀔지는 야구를 보러 이곳을 거닐던 어린 시절엔 몰랐을 것이다.

  DGB 대구은행 파크라는 이름을 리그에서 사용한다. 리그 말고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를 치를 땐 포레스트 아레나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왜 두 가지의 이름을 사용하는지 설명해야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대구 FC는 프로 축구 처음으로 구장에 명칭 사용권을 적용한 사례다. 명칭 사용권의 사전적 의미는 인간과 사물, 시설, 캐릭터 등에 대해 명칭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라고 한다. 예를 들자면 "삼성" 라이온즈 파크, 외국의 "알리안츠 "아레나와 같이 구장의 이름에 기업의 이름이 들어간다. 그냥 이름을 넣어 주는 것이 아니라 계약을 통해서 이름에 포함되게 하는 것이다. 대구 FC는 시민구단이기 때문에 자금 필요했고, 대구은행은 이름을 알릴 수 있어 서로 도움이 되는 장사를 한 셈이다.

  그렇다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왜 이 이름을 사용하지 않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았다. 그건 단순하다. 주최 측에서 금지했기 때문이다. 주최에 후원하는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규정이 있다. 그래서 시민들이 지어준 '포레스트 아레나'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개인적으론 포레스트 아레나라는 이름이 더 이쁜 것 같다.

▲[ⓒ김동욱]

  구장 안의 매점은 개장 첫날이라 그런지 다양하지 못했다. 가격도 상대적으로 비쌌다. 일례로 맥주를 사서 자리로 돌아가는데, 다른 관중이 맥주 가격을 물어보곤, 헉소리를 내며 "엄청 비싸네예"라고 말하면서 지나쳤다. 야구도 마찬가지지만 맛있는 음식과 같이 경기를 즐기면 재미가 배가된다. 음식을 바리바리 싸서 오면 괜찮지만, 가볍게 와서 맥주한잔과 축구를 관람하고 싶은 입장에선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도 개장 첫날이기에 이 부분은 점점 나아지리라 믿어본다.

▲[ⓒ김동욱]

  포레스트 아레나 바깥쪽의 기둥을 숲의 나무를 형상화했다고 한다. 이름에 걸맞은 디자인이다. 나무와 같이 찍은 사진을 보면 그렇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김동욱]

  잔디 상태도 나쁘지 않았다. 경기력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잔디다. 우리나라의 기후 때문에 잔디가 자라기엔 그다지 좋은 환경이 아니다. 그럼에도 잔디를 관리하기 위해 농림 운영직 공무원 6명이 잔디 관리를 위해 힘쓰고 있다.

  친선수적인 포레스트 아레나는 친관객적이기도 하다. 관중석과 그라운드의 최소거리는 7m, 직접 관람한 본인도 선수와 호흡하고 있다는 걸 느낄 정도로 정말 가까웠다. 그리고 바닥은 알루미늄 소재로 만들어져 발을 구르면 쿵쿵하는 소리가 더 크게 났다. 이것을 응용하는 응원법을 동원해서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관중과 선수들이 호흡하며 대구FC의 흥행을 주도하는 것이다.

▲[ⓒ김동욱]

  경기전에 대구 FC 선수들이 나와서 몸을 풀었다. 눈에 가장 띄는 선수는 조현우 선수였다. TV로만 보던 선수를 눈앞에서 직접 보니 느낌이 남달랐다. 어떤 스포츠든 스타플레이어가 있어야 그 경기를 보는 재미가 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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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

  이 날 개막식의 행사로 유명 유튜버인 고퇴경씨가 구장앞에서 랜덤 플레이 댄스를 했다. 경기전 식전행사로는 대구시장과 교육감등이 나와서 축사를 하고, 개회식을 하는 전통적인 행사로 포레스트 아레나 시대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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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경기 하프타임엔 가수 김연자 씨가 나와서 축하 공연을 하셨다. 대구 fc의 승리를 기원했다. 후반전에 에드가의 선제골과 김대원이 쐬기 골을 터트려 제주 FC를 격파했다. 선수들은 멋진 경기력을 보여주며 관객을 열광시켰다. 

▲[ⓒ김동욱]

  경기를 이긴뒤 '그라지예(대구 FC 서포터즈)'에 호응을 하고 있다. 열정적인 호응을 보내준 관중들은 만명이라는 숫자에 비해 훨씬더 큰 힘을 발휘했다. 이것은 선수와 관중이 가까이 호흡할 수 있는 구장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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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

  전 K리그 홍보대사인 러블리즈가 축하공연을 하였고, 현 K리그 홍보대사인 감스트가 경기를 관람하고 응원 인사를 전했다.

▲[ⓒ김동욱] 대구FC의 새로운 홈구장인 DGB 대구은행 파크(포레스트 아레나)의 파노라마 사진

  필자는 야빠다. 학교에서 단체 관람을 축구로 한것 말곤, 야구장만 주구창장 갔다 왔었다. 이번 경험으로 앞으론 야구장 보단 축구장을 더 자주 갈 것 같다. 물론 성적이 축구가 더 좋아서 그런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개막전 경기를 보면서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고 폭풍같은 응원 열기를 느꼈다. 더 이상 포레스트 아레나는 '안 간 사람은 있을 수 있어도 한번 간 사람은 없는' 장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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