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부산으로 즉흥여행을 떠났다. 친구와 나 둘 다 밀린 과제와 얼마 남지 않은 시험기간이라 지쳐있는 요즘, 연락을 하면 항상 나오는 건 푸념뿐이었다. 그래서 머리도 식힐 겸 잠시 바람 쐬고 온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계획한 부산여행이었다.

▲ 김연주

부산에 도착해 가장 먼저간 곳은 부네치아(부산과 베네치아의 합성어)라 불리는 장림포구였다. 장림포구는 알록달록 다채로운 맛술촌들이 즐비해있어 스냅사진을 찍기 좋은 명소라 하여 전부터 기대하던 장소였다. 여담인데 이 장림포구를 가기위해서는 마을버스를 타야하는데 하필 일요일엔 배차간격이 평소보다 훨씬 길다고 해서 무려 40분이나 기다렸다. 그러니까 되도록이면 일요일엔 가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고생 끝에 도착한 장림포구는 작은 마을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짭짤한 바다냄새가 났다. 그 냄새를 따라 걸으니 알록달록하고 예쁜 포구가 나왔다. 그 포구를 따라 가족과 친구, 연인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맛술촌에는 각종 수공예품, 드론 체험장, 도자기 공방 그리고 천연제품 판매점과 같이 다양한 교육과 체험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었다. 우리도 맛술촌을 따라 산책을 하면서 저 멀리 보이는 바다도 구경하고 예쁜 사진도 많이 찍었다.

그 다음 서면으로 이동하려고 했는데 언제 올지 모르는 마을버스를 기다리는 게 이젠 이골이 났기 때문에 택시를 타고 지하철역으로 이동했다. 서면에 가서 우리는 제일 먼저 전시회가 있는 서면 미술관을 찾았다. 사실 부산에 오면 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전시회에 가는 것이어서 이번 부산여행 중 가장 기대한 일정이었다. 하지만 지도를 따라 걸어도,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물어봐도 서면미술관은 도무지 내 눈앞에 나타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서면 구석구석을 장장 1시간동안 찾다가 너무 지쳐서 우선 밥부터 먹고 또 다시 찾기 시작했다. 덕분에 의도치 않게 서면 구경도 질리도록 했다.

▲ 김연주

해가 진후에야 드디어 찾게 된 서면미술관은 왜 못 찾았는지 알 정도로 아주 작은 건물이었다. 전시회 이름은 ‘세젤예展’이었는데 작은 전시회장이었지만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고 볼거리도 많았다. 이런 조그만 전시장에서도 알차고 예쁘게 기획한 걸 보면 큐레이터들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참 안타까운 건 미술관을 찾는다고 지도앱을 불나게 킨 나머지 배터리가 부족해서 원하는 만큼 사진을 찍진 못했지만 대신 내 눈 속에 마음껏 담아갔다.

▲ 김연주

생각지도 못한 긴 이동시간과 헤맨 시간 때문에 원래 마지막 일정이었던 광안리바다를 못가고 우린 녹초가 되어 대구로 돌아갔다. 한창 바쁜 시간 중에 당일치기 부산여행은 나한테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으로 다가왔다. 가끔 머리 식히러 이런 당일 여행도 좋은 것 같다. 이제 부산에 들러 잠시 쉬어 갔으니 다시 학생 본분으로 돌아와 열심히 시험 준비에 몰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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