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어떤 형식으로 접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감상을 남기곤 한다. 전래동화로 듣는 민담과 야사 같은 경우 모든 이들의 흥미를 끈다고 해도, 딱딱한 교과서 속 활자들로 접한다면 마냥 어렵고 막막하게만 느끼게 된다. 그렇다면 역사를 영화로 접한다면 어떻게 될까, 시각과 청각, 두 시간 이내의 러닝 타임으로 역사를 접한다면, 우린 분명 어렵고 막막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세 번째 영화, 태백산맥 (1994, 감독: 임권택, 전쟁/드라마)

▲ ⓒ대흥영화(주)

 

 워낙에 유명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해방 후, 어지러웠던 당시 한국의 모습을 그려낸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가 보여주는 주요 사건으론 1948년 10월 여순사건이며, 이 사건은 좌우익이 심하게 대립하는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다.

 

 일제강점기 때 심한 착취를 당하던 전라도 지역에서 왜 공산주의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았는지, 정부는 왜 그들을 탄압하는지에 대한 것들이 굉장히 압축되어 있지만, 주연 배우들의 대사 속에서 많은 걸 깨달을 수 있다. 대사를 통해 북쪽은 공산주의로 땅과 재산을 공평하게 나누어 산다는 것이 실제 그들에겐 얼마나 큰 꿈으로 다가왔을지 우린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게 된다.

 

 자신의 땅을 가지지도 못하고, 자신이 농사한 것들을 그대로 가지지도 못하고 그저 뺏기기만 하는 현실에서 그런 이야기들을 매우 강력한 희망이 되어 전해졌을 것이다. 무슨 주의든 다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장단점이 공존한다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들에겐 그것이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내 땅에서 난 것들을 내가 가질 수 있다면, 이라는 작은 희망으로 그들은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한국에서 공산주의를 부르짖었다.

 

 그렇게 48년 10월 여순사건이 일어나고, 군인과 시민이 대립하여 많은 사상자를 낳게 되었다. 동명의 소설인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은 역사적 사실이 잘 고증된 주요 도서로 꼽힌다. 한국이 해방 이후 어떤 사상들이 대립하고 그 와중에서 어떻게 민중들이 살아왔는지를 간접적으로나마 크게 이해할 수 있는 주요 자료이다.

 

▲ ⓒOSEN

 

 동명 소설의 절절하고 구체적인 이야기들이 다 표현되지 못해 급박한 전개와 결과 도출이 어이없게 느껴질 상황 전개라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감독의 이름과 원작에 비해 졸작이라 평을 받는 영화이기도 하다. 그래도 동명 소설의 분량이 많아 읽기 부담스럽거나 겁이 많다면, 여순사건과 제주 4.3 사건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고 싶다면, 오늘날 호남지역을 일컫는 불쾌한 단어가 생긴 배경이 무엇인지 겉핥기라도 알고 싶다면, 이 영화를 보길 바란다.

 

 

 
저작권자 © MC (엠씨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