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어떤 형식으로 접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감상을 남기곤 한다. 전래동화로 듣는 민담과 야사 같은 경우 모든 이들의 흥미를 끈다고 해도, 딱딱한 교과서 속 활자들로 접한다면 마냥 어렵고 막막하게만 느끼게 된다. 그렇다면 역사를 영화로 접한다면 어떻게 될까, 시각과 청각, 두 시간 이내의 러닝 타임으로 역사를 접한다면, 우린 분명 어렵고 막막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 영화, 모던 보이(2008, 감독: 정지우, 드라마/멜로/로맨스)

▲ ⓒKnJ엔터테인먼트, 시네마 서비스

 

 조선 청년 이해명은 조선총독부 서기관이며, 모던 보이다. 빼어난 매무새와 옷차림으로 늘 술과 여자를 가까이하며 사는 청년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는 절친한 친구 신스케와 함께 간 곳에서 신비로운 댄서 난실을 만나 그녀에게 빠지게 된다.

 

 그녀와 가까워질수록 그는 원래의 자신을 잃어간다. 난실의 원래 이름을 알아갈수록, 난실의 직업이 몇 개인지 헤아릴수록, 난실과 아침을 맞이할수록, 겁 많고 허풍만 가득하며 앞잡이인 제 아버지처럼 일본을 동경하던 해명은 지워져 간다.

 

▲ ⓒKnJ엔터테인먼트, 시네마 서비스, 네이버 영화 - 스틸컷

 

 장르적으로 구분하자면 멜로다. 남녀가 만나 사랑을 하지만 끝은 비극이라 부르기엔 모호한 감정만이 이어지는 멜로일 뿐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그려지는 배경이 일제강점기라는 건 꽤나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는 장치가 되어버린다.

 

 사연 없는 인물이야 어디 있겠느냐만, 그 인물이 일제강점기 속 독립운동을 하는 인물이라면 느낌이 다르다. 그 혹은 그녀가 꿈을 이룰 수 없는 것이 개인의 사정이라면 그럴 수 있는 게 된다만 나라를 잃었다는 건 개인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과도 같은 슬픈 현실이기에 그들의 꿈이 좌절되는 건 매우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 될 수밖에 없다.

 

▲ ⓒKnJ엔터테인먼트, 시네마 서비스, 네이버 영화 - 스틸컷

 

 최근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독립 운동가를 그린 영화들에선 화려한 액션과 웅장함이 크게 점칠 되어 있지만, 그에 비해 이 영화는 그런 부분이 약하다. 그러나 인물 중심의 서사는 그것들과 비교해서 전혀 모자람이 없다. 난실이 꿈을 말하는 장면에선 창에서 들어오는 햇빛이, 난실을 쳐다보는 해명의 눈빛이, 난실의 옅은 미소가 어쩔 수 없는 현실에 맞부딪힌 이름 모를 청춘의 아픔을 보여준다.

 

 더는 이 영화가 숨겨진 걸작이라 불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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