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어떤 형식으로 접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감상을 남기곤 한다. 전래동화로 듣는 민담과 야사 같은 경우 모든 이들의 흥미를 끈다고 해도, 딱딱한 교과서 속 활자들로 접한다면 마냥 어렵고 막막하게만 느끼게 된다. 그렇다면 역사를 영화로 접한다면 어떻게 될까, 시각과 청각, 두 시간 이내의 러닝 타임으로 역사를 접한다면, 우린 분명 어렵고 막막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첫 번째 영화, YMCA 야구단(2002, 감독: 김현석, 코미디/드라마)

▲ⓒ명필름

 

 여기 한 선비가 있다. 이호창, 어릴 때부터 꿈은 암행어사였으나, 과거제가 없어진 탓에 꿈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무료한 나날 속, 선교사를 통해 알게 된 야구는 그에게 또 다른 꿈을 만들어줬다. 그렇게 흥미를 느낀 이들이 모여, YMCA 회관에서 조선 최초의 뻬쓰볼팀이 탄생했다. 그들의 행색은 단발령으로 깔끔하게 이발하고 넘긴 머리거나 헝클어진 상투 머리이고, 신분제가 폐지되어 양반가 출신, 상놈 출신 구분 없이 섞여 있다.

 

 알 수 있듯이 이 영화가 표현하는 시대상은 일제강점기다. 특히나, 을사오적으로 인해 을사늑약이 체결됨을 그대로 보여주어 시대적 배경이 여실히 드러난다. 물론, 역사적 배경을 실감 나게 드러나기 위한 실제 인물을 배치하기도 했다. 스토리상 별 무리 없이 흘러가기 위해 허구의 관계를 설정하였지만, 그것은 전혀 이 영화의 흐름과 실제 역사의 흐름을 읽는데 전혀 방해되지 않는다.

 

▲ⓒ명필름, 네이버 영화 - 스틸컷

 

 영화 시나리오에서 갈등이 빠질 수 없다. 시대적 배경 속 그대로, 가장 큰 갈등 상대는 일본. 조금 더 내밀하게 파고들면 일본의 야구 구락부다. 조선의 야구단과 일본 야구단의 경기는 단순히 그것만 내포하지 않는다. 그 대결이 시행되기까지, 무수히 희생되고 조롱당하던 사람들과 나의 조국. 그 모든 걸 껴안은 채 경기는 진행된다.

 

▲ⓒ명필름, 네이버 영화 - 스틸컷

 

 이 영화에서 역사적 흐름만 읽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깨알 같은 포인트들도 존재한다. 우선, 당시 시대 상황을 알아챌 수 있는 상징적인 것들을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전화기, 전차, 자전거, 신문, 상투를 쓴 사람과 대조를 이루는 짧은 머리들까지. 그리고 신문 활자 속 존재하는 영어를 보자면 그 속에서 변화를 맞이한 이들의 당황하고 어리숙한 얼굴들이 보일 것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를 하고 있는 것만 같다. 물론, 그게 사실이지만.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은 억지스러움이 없다는 것이다. 그냥 그렇게 서로가 맞물려 있다. 잔잔하게 재밌고, 잔잔하게 여운이 있다. 당신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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