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서독제를 마치며>

▲ ©서울독립영화제

2018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
2년 만에 찾은 영화제는 한결같이 날 맞아주었다.
영화제 기간 내내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어느새 폐막까지 왔다.
오랜만의 영화제라서 반가운 마음도 들었는데 폐막이 너무 빠르게 다가와서 아쉽다.
스무 살, 한창 영화공부를 하면서 매일 찍어내듯 시나리오를 쓰며 영화의 흐름, 문법 등을 외워 나갔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토록 사랑하던 ‘영화’와 거리감이 생겼고, 나 역시 조금씩 지쳐갔다.
여러 가지 사정상 학교를 계속 다니게 되면서 자연히 영화를 향한 열정도 조금씩 줄었던 것 같다.

스물한 살, 일이 내가 계획한 대로 풀리지 않으면서 그 공허한 마음을 채우고자 닥치는 대로 대외활동을 하게 된다. LG에서 주최하는 꿈 찾기 프로젝트 ‘LG 드림 챌린저’를 시작으로, 많은 영화제, 연극제들, 기자단을 거치면서 많은 것들을 배웠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이론 역시 분명 중요하지만, 나는 그 이외의 것들을 주변 친구들보다 조금 빨리 익혔다. 사실, 이 대외활동을 거치며 만난 많은 소중한 인연들을 포함해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났던 해였다. 스물한 살의 나는, 어디를 가나 막내였다. 언니 오빠, 어른들의 챙김을 받으며 내적으로 정말 많이 성장했던 해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2016년 내 인생에서 가장 활발한 대인관계를 이어갔는데, 그해의 마지막 즈음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다. 그때의 감정을 담은 일기장에서 ‘역겨운 인간관계’라는 단어를 정말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막내이기 때문에 참아야 했고, 미움받기 싫어서 좋은, 기쁜 ‘척’을 했다.
자그마치 1년을 그렇게 지냈다. 싫어도 티 내지 않았다. ‘가짜’로 살았다. 심지어는 일기장에서조차 행복한 척하며 지냈다. 그러다 문득, ‘나 왜 이렇게 살지, 대체 무엇 때문에’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강타했다. 그렇게 나는 암울한 2017년을 보냈다. 인간관계를 정리해 나갔고, 자신을 보다 솔직하게 바라봤다.

나는 지금, 스물셋이다. 여전히 어리다고 보면 어린 나이다.
주변 친구들을 보면 아무것도 한 게 없다며 ‘스펙’을 걱정한다.
다행히 나는 ‘경험’이란 부분에서는 크게 걱정을 해 본 적은 없다. 어린 나이에 별의별 말을 들어가며 화초가 아닌 잡초같이 자랐고, 정말 찰떡같은 적응력도 장착해 나갔기 때문이겠지.

▲ ©김나윤

이번 영화제가 나에겐 여러 의미로 특별하다.
마음이 지쳤던 내가 ‘인제 그만하고 싶다.’고 생각하며 숨어 지냈다. 그 이후로 다시 찾은 서독제였기에 특별하다. 그런 영화제가 이제 끝이 났다.
그리고 대외활동을 끝내면서 늘 느꼈던 생각을 또 한 번 느꼈다.
‘나 빼고 다 열심히, 치열하게 사는구나!’
내가 막내였을 때, 그 치열하던 언니 오빠들의 나이가 되었다.
많은 의미가 담긴 영화제가 끝난 지금, 스스로 물어본다.
“난 지금, 얼마나 열심히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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