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2학년까지의 나의 삶은 백지에 가까웠다. 야자를 도망가고 피시방에 가서 야자가 끝날 때 즈음 집으로 돌아가 힘들다며 어리광을 부리는 그런 ‘꼼수’로 삶을 도배한 학생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삶이 움트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것은 한 선생님과의 만남에서 이루어졌다. 학교의 수업에서 무기력함을 느끼고 놀 궁리만 하던 꿈이 없었던 나는 방과 후 수업에서 한 수업을 우연히 수강하게 된다. 그 수업은 세계의 유명인물 혹은 위인들이 가졌던 삶의 궤도와 비전 그리고 그들의 습관에 대한 고찰을 도모하는 것이었다. 그 수업에서 생전 듣지도 못했던 ‘척 피니’, ‘아만시오 오르테가’, ‘벤자민 프랭클린’ 등 수많은 기업가와 위인들을 접하게 되었고 그 속에서 그들의 삶 속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독서’라는 습관을 마주하게 되었다. 사실 어릴 때부터 비록 교육용 만화책이지만 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지만, 학년을 거듭할수록 독서는 삶 속에서 점차 배제되었고 결국은 사전에 등재되지 않는 사태에 이르렀다. 그렇게 고등학교 2학년 때 우연한 계기로 다시 책을 접했고 수많은 위인의 이름을 떠올리며 나도 저렇게 되리라 하는 열망을 가슴에 품고 그들의 습관을 하나씩 체험해 보고 나에게 맞는 것은 채화하는 연습을 했다. 그렇게 2년이 흘러서 독서는 나의 장점이자 습관이 되었고 가슴 속에서 꿈틀대는 무엇인가를 느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지식에 대한 열정은 불타올랐고 나중에는 용돈이 책값을 감당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알라딘에 들러 세월의 향기를 풍기는 책들을 사 모았고 마음의 책장에 차곡차곡 넣는 루틴을 반복했다. 그래서 “독서가 어떤 영향을 주었나?”라는 질문을 받을 때면 할 말이 너무도 많아 어떤 말로 시작해야 할지 고민이 되기도 한다.

출처 : 파이낸셜 뉴스


독서는 나에게 많은 선한 영향을 주었다. 꿈이 없었던 나에게 세상을 속삭여줬고 나의 우주를 형성해 주기도 했다. 정치, 경제, 철학, 복지, 과학 등 두서없는 독서를 하고는 가치관의 잣대를 세우기 시작했고 책을 쓴 인물 혹은 책 속에 나오는 찬란한 인물들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그들의 돈키호테는 나의 마음에도 다가와 돈키호테 같은 무모함을 심어주었고 돈키호테 정신이 없었더라면 하지 못했을 여행과 사색 그리고 도서관에서 온종일 우주를 확장해 나가는 작업을 도와주었다.

 

출처 : 한국경제



나에게 책은 그런 것이다. 옆에서 세상을 알려주는 소크라테스가 되어주고, 때로는 엄마처럼 부드러운 음성으로 나의 고민을 들어주고는 했다. 탄생과 소멸의 갈림길에 서서 단 한 가지의 취미를 고를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단연코 또 한 번 독서를 택할 것이다.


나는 가보지 못한 곳을 비춰주고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영역을 일러주며 묵묵히 곁에서 고민에 대해 들어주던 그 책 읽는 밤을 나는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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