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떠나는 여수 여행

2018년 6월 19일 저녁, 많은 학우가 한창 1학기 기말고사를 치르고 있을 때 19일까지 시험이었던 필자는 여유로운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학기 간 공부하랴 근로하랴 고생한 나에게 주는 선물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홀로 떠나는 여행을 종종 즐겼던 필자이기에 혼자라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21일에 놀러 가는 것을 목표로 잡고 19일 늦은 오후부터 급하게 놀러 갈 여행지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바다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기에 포항, 거제도, 군산 등 여러 곳을 찾아보던 중 여수에 대한 글을 보게 되었다. 전라도가 음식 맛이 좋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바다도 볼 수 있으면서 맛있는 음식까지 있는 곳이라면 금상첨화라는 생각으로 여행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 대구에서 여수로 가는 버스표 © 허나희

21일 오전 8시에 대구 서부 정류장에서 출발하여 3시간 30분을 달린 뒤 11시 30분에 여수종합버스터미널에 내릴 수 있었다.

▲ 무한 리필 게장으로 유명한 이화 식당 © 허나희

먼저 점심을 먹고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하기 위해 게장 무한리필로 유명한 이화식당에 도착했다. 혼자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많은 가지 수의 반찬이 나와 당황스럽기도 하면서 맛있게 먹을 생각에 군침이 돌았다. 조금 기다리니 메인인 간장 게장과 양념게장이 나왔고 밥 도둑이라는 말에 걸맞게 든든하게 먹었다.

다음 일정으로는 바다를 볼 수 있는 오동도로 가는 것으로 계획되어 있었기에 약 50여 분 동안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 계단 위에서 바라본 오동도 © 허나희

정류장에 딱 내리자 사람이 꽤 많았다. 바로 오동도로 들어가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팔각정에 도착했다. 위에서 바라본 오동도 바다는 필자가 그동안 본 바닷물 색깔 중 가장 영롱한 하늘색이었다. 너무 예뻐서 휴대전화 카메라로 셔터를 누르기 바빴다. 그렇게 여러 장의 사진을 남긴 후 계단을 통해 오동도로 가기 위해 내려왔다. 계단마저도 너무 동화 속한 풍경과 같이 바다와 잘 어우러졌다.

오동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직접 걸어서 가는 방법과 동백 열차라는 오동도 내 전용 차편을 타는 방법, 자전거를 타고 가는 방법이다. 필자는 들어갈 때는 걸어서, 나올 때는 동백 열차를 이용했다. 너무 덥고 뒤의 일정을 위해 체력을 아끼기 위해서였다.

▲ 오동도 바다 © 허나희

꽤 가파른 길과 계단을 15분 정도 걸어가자 바다가 보였다. 바다를 보는 순간 마음이 탁 트이는 느낌이었다. 10분 정도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며 한 학기 간 지쳤던 마음을 달랜 후 사진을 찍었다. 다시 계단을 타고 가던 중 ‘바람골’이라는 이정표가 보였다. 조금 더운 감이 있었기에 바람 쐬면 좋겠다 싶어 바람 골을 향해 걸었다. 바람 골에 도착하자마자 여름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정말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자연 에어컨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순간이었다. 올라오느라 흘린 땀이 기분 좋게 마르는 순간이었다. 20분 넘게 시원한 바람을 쐬고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분수 등을 본 후 동백 열차를 타고 오동도를 나왔다.

▲ 좌수영 바게트 버거 © 허나희

다음 일정은 여수에서 인기 음식으로 꼽히는 좌수영 바게트 버거를 맛보는 것이었다. 이동하기 위해 정류장을 알아보니 10분 이상 걸어야 좌수영 바게트 버거가 있는 곳으로 가는 버스가 있었다. 마침내 정류장에 도착했지만, 버스 도착 정보에는 아무것도 뜨지 않았고 불안하기 시작했다. 그 정류장에서 25분 더 걸어가면 버거가 있는 곳으로 갈 수는 있었기에 10분 정도 기다려 보고 안 오면 그냥 걸어가는 생각으로 기다렸다. 결국, 버스는 오지 않았고 걸어서 도착했다. 오동도에서 나올 때 동백 열차를 이용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바게트는 너무 딱딱하고 구수한 맛보다는 아무 맛이 없다는 생각과 달리 좌수영 바게트 버거는 매콤한 데다가 안에 속이 꽉꽉 차있는 게 바게트와 잘 어우러져 너무 맛있게 먹었다.

▲ 하멜 등대 © 허나희

다음 일정은 하멜 등대를 관람한 후 해양 공원을 둘러보고 근처에 서대회 맛집에서 저녁을 먹는 것이었다. 빨간 하멜 등대는 파란 바다와 대비되는 색이었지만 어색하지 않고 조화로웠다. 해양 공원도 쭉 둘러본 후 원래 가기로 했던 식당을 갔지만, 음식 준비 중이라며 1시간 30분 정도 뒤에 오라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뒤에 기차역으로 이동해서 다시 집에 돌아가야 했다. 개장 시간을 기다렸다가는 예매한 기차 시간에 맞추지 못할 것 같아 다른 식당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다행히 근처에 서대회로 유명한 또 다른 식당이 있었고 다행히 거기서는 먹을 수 있었다. 점심에도 반찬 가지 수가 많다고 느꼈듯이 저녁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점심보다는 적은 반찬 수라 덜 부담스럽게 먹었다. 서대회는 매콤하고 새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서대회 제철이 6월에서 10월로 알고 있는데 제철이라 그런 것인지 더 맛있는 느낌이었다. 간도 적절해서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웠다.

▲ 서대회와 갈치구이가 유명한 삼학집 © 허나희

저녁까지 맛있게 먹은 뒤 대구로 돌아가기 위해 여수엑스포 역으로 이동했다. 버스커 버스커의 여수 밤바다라는 노래도 있듯이 아름다운 여수의 밤바다를 보고 오고 싶었지만, 시간이 촉박해서 다음을 기약하며 아쉬움을 뒤로한 채 여수를 떠나왔다. 당일치기라 짧은 여행이었지만 음식과 풍경의 조화로움에 다음 학기를 위한 재보충의 시간을 가지기 충분했다. 혹시 바다를 보며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힐링이 필요하다면 여수 여행을 강력하게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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