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남자의 이야기

▲ⓒ교보문고

 이 책의 주인공 ‘오베’는 주위에 한 명쯤은 있을 만한 캐릭터이다. 까칠하면서 원리원칙대로 행동하지만, 아내에게만큼은 한없이 자상한 남편, 정년퇴직할 나이가 되었어도 “집에서 노느니 차라리 일이나 해야지”라는 생각을 가진 조금은 별난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오베는 자신이 다니던 직장에서 갑작스레 정리해고를 당하고 거기에다 평생을 사랑한 아내 ‘소냐’마저 세상을 떠나버리게 된다. 더는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 오베는 결국 아내 소냐를 따라가기 위해 자살을 결심한다. 반년 동안 자살을 시도 했지만 그때마다 예상치 못한 불청객들이 방해하게 된다. 바로 자신의 옆집에 사는 이웃 주민들이었다. 이 이야기는 세상 까칠한 주인공 오베가 옆집에 이웃 주민들과 엮이게 되면서 삶의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휴먼 드라마 소설이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주위에 오베와 같은 삶을 살고 오베와 같은 성격을 지닌 사람이 이웃이라면 나는 과연 웃으면서 반길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든다. 물론 평생을 바친 직장에서 해고되고 한 여자만을 바라보다 그 여자마저 세상을 떠나니 이보다 더 비참한 삶이 어디 있겠는가. 내가 오베였어도 제대로 일상생활조차 하지 못 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베의 곁에는 눈엣가시 이자 그의 삶을 바꿔준 이웃 주민들이 있었다. 현대사회는 철저한 개인주의 사회로 누가 길에서 넘어져 있든 교통사고가 나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든 사람들은 그저 휴대폰을 들고 사진과 영상을 찍기 바쁘다. 하지만 오베의 이웃들은 달랐다. 누구 하나 먼저 할 것 없이 오베의 자살을 막았고 오베의 인생에서 꼭 원리원칙대로 살아가는 것만이 다가 아니란 걸 알려줬다.

 ▲ⓒ구글 프로필

살다 보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다. 라는 말이 있듯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싶다 해도 곁에서 방해되는 장애물들이 종종 나타난다. 이 책의 오베 역시 아내의 곁으로 가기 위해 자살을 결심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그것은 이웃이라는 방해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웃들은 이렇게 오베가 죽는 것을 자꾸 방해하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이웃들과 오베는 예전부터 알아왔고, 오베로부터 도움을 받은 이웃들은 오베가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을 가만히 볼 수만 없었던 것이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남에게 친절과 호의를 베풀면 반드시 돌아서 자신에게 호의가 돌아온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남에게 호의를 베풀면 호구라는 말을 듣는 세상이다. 자기 몸 하나 챙기기 힘든 세상에 남을 챙길 여유는 없다는 말과 같다. 취업률은 바닥을 치고 있고 물가는 끝없이 치솟는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에게 호의를 베풀기도 힘든 시국이 되어버렸다. 범죄율이 증가하면서 사람들은 울타리를 치며, 담을 쌓으며 이웃 간에 이야기가 단절되며 이제는 이런 이야기들을 소설 안에서만 듣게 된다. 물론 소설이라는 점에서 이웃들과 교류하며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꾼다는 것은 허무맹랑한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주위를 둘러보면 분명 좋은 인연을 만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길을 가다 무심히 건네는 인사처럼 이웃을 만나면 가볍게 안부를 묻거나 무거운 짐을 들고 있는 노인의 짐을 들어주는 등 작은 호의를 베풀면 언제가 자신에게도 그 호의가 돌아오고 오베처럼 삶의 가치가 높아질 수 있을지 모른다.

 

인생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는 인간관계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살면서 가장 친한 친구 2명을 뒀을 때 가장 성공한 삶이라 종종 그런다. 이 책의 오베는 자신의 목숨을, 삶을 바꿔준 고마운 인연들이 이웃 주민들 수십, 수백 명이 있었다. 살아가면서 그와 같은 이웃 주민을 만날 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될까? 이 책을 읽으며 오베라는 남자는 지금껏 정직하고, 성실하고, 원칙대로 살아왔으며 아내를 지극정성 사랑하며 이웃을 사랑하는 남자로 거듭나게 되었다. ‘오베라는 남자’를 읽으며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챙기며 나 또한 오베처럼 삶의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깨닫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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