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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무카이의 소소한 일상에서 시작된다. 사실 그는 ‘다카토 후미야’라는 인물로, 얼굴의 큰 흉터 때문에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사회에서 각종 사건 사고를 일으키며 살았다. 그러던 중 죽을 위기에 처했고, 도망치다 만난 ‘사카모토 노부코’는 딸의 복수를 제안했다. 그는 제안의 대가로 큰돈을 받아 성형하고 타인의 신분으로 살아갔다. 사실 그는 노파가 곧 죽을 것이란 것을 알기 때문에 약속을 지키지 않을 속셈으로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 후 15년이 지나고 노파와의 약속과 연관된 편지가 도착해 무카이의 평범했던 일상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김연희

여러 사건 사고가 얽혀 나중에는 하나로 연결되어 한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과 책을 읽는 내내 내가 주인공이 되어 범인을 추리해 나가는 것이 추리소설의 매력이 아닐까. 책 표지 속 주인공을 바라보는 노파와 책 뒤의 줄거리 속 문구 “그들은 지금 교도소에서 나왔습니다.” 는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다른 추리소설과 마찬가지로 이 책도 인물의 긴박하고 초조한 심리를 같이 느낄 수 있는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 전개로 몰입력이 대단했다. 협박범에 대한 추리로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온 신경을 집중해서 읽다 보니 300페이지 넘는 장편이 금방 끝났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일본어 번역이 제대로 안된 것인지 내용이 생뚱맞을 때가 종종 있어 몰입을 방해했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는 ‘죄’와 ‘약속’에 대한 물음을 계속해서 던지고 있다.

책의 결말을 보면 결국은 후미야가 저지른 범죄로 인해서 피해자에게 받은 고통이 다시 돌아와 그때를 후회하게 하고 그들과 같은 고통을 느끼게 해준다. 신분과 이름까지 바꾸어 후미야는 없어졌지만, 그 죄까지는 없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나의 죄는 어떻게든 지워지지 않기 때문에 용서를 구해야 하고, 용서받지 못한 죄는 결국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약속을 하곤 한다. 이 중에는 꼭 지켜야 하는 것과 지키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약속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지키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약속’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을 해 볼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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