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경주 방문기

▲ ⓒ전나연_황리단길 골목
▲ ⓒ전나연

가을에 봤던 노랗고 푸른 물결의 잔디와 낙엽은 사라지고 앙상한 나뭇가지와 매서운 칼바람만이 경주에 존재했다. 추운 날씨와 어둑해질 무렵이어서 그런지 사람과 차로 가득하던 황리단길은 인적이 드물었다. 큰 도로에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서 많이 들어보았던 예쁜 인테리어의 카페들과 음식점들이 즐비해 있었다. 사이사이 골목길에도 소담하게 차려져 있는 가게들이 많았고, 아직 옛날의 흔적들이 많이 남겨져 있는 듯한 주택가들이 있었다. 오히려 이런 빈티지함과 복고스러운, 옛날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 듯했다. 어두운 저녁이고, 겨울이라는 계절 탓인지 골목길은 그저 쓸쓸하고 고독해보였다. 황리단길 바로 옆에는 천마총이 있어 유적지를 감상하기에도 좋다. (너무 어두워진 밤이라 천마총에 들어가지 못해 소개를 몇 달 전에 갔던 천마총 사진으로 대체한다.)

▲ ⓒ전나연
▲ ⓒ전나연


황리단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첨성대를 갔다. 이래저래 이야기를 나누며 가면 오래 걸리지 않을 거리지만 너무나도 추운 나머지 발길이 얼어붙어서 그런지 엄청나게 오랫동안 걸은 기분이었다. 뼛속을 건드릴 정도로 바람이 따갑고 추웠지만 밤에 본 첨성대의 모습을 기대하며 바람을 뚫고 가보았다. 우리 조상들은 첨성대에서 별들을 관측했다고 한다. 지금은 여기저기서 세어 나오는 인공조명 탓에 보지 못하는 쏟아질 듯이 빛나고 예쁜 별들을 바라보며 인터넷이나 망원경을 통해 고화질로 보는 우리들과 다른 많은 감성들과 학습을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을 마치고 너무 늦게 간 탓에 너무 어두워져 경주의 많은 곳들을 가보진 못했지만 골목마다 길거리마다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유적의 자취가 느껴졌다. 경주에 올 때마다 많은 사람들로 인해 경험을 하고 체험을 하기보다 빠르게 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인적이 드무니 더 오랫동안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어서 전에 왔던 경주의 느낌과는 또 색달랐다. 낯선 느낌이었다. 올 때마다 다른 감성을 전해주는 경주가 우리 곁에 굳건히 머무르고 있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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