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포항 !
"야 우리 언제 포항 한 번 가야지!"
사회학과에 재학 중인 친한 친구가 매번 만날 때마다 하던 말이다. 우리 사회에서 늘 하던 '밥 한번 먹자.'라는 얘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냥 넘어가는 얘기로 알겠다고, 언제 한 번 가자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에 그 얘기를 들었을 때 본가는 포항이지만 왔다 갔다 하는 과정에 귀찮음을 많이 느껴 이런저런 핑계로 고향 땅을 밟아 본 지 꽤 오래되어 문득 '갔다와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시간이 비어있었고 여행을 출발할 때 즉흥적으로 떠나는 것을 좋아하는 타입이라 당장 그다음 날 포항을 가기로 약속을 잡았다. 서로의 수업과 과제들을 마무리하고 해가 다 저문 저녁에야 우리는 포항으로 출발했다. 차를 타고 가는 동안 고향에 간다는 그 왠지 모를 기대감과 편안함이 나에게 다가왔다.
8시경 도착한 우리는 포항의 명물인 물회를 먹으러 갔다. 3년 전 군인일 때 함께 먹었던 그 자리에 똑같이 앉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대학생이 되어 다시 방문했지만 여전히 맛있었고 푸짐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바다를 보고 싶다는 친구의 말에 바다로 이동했다.
바다로 가던 중 다이소에 들려 폭죽을 구매한 후 도착하여 모래사장을 밟았다. 어릴 때부터 수도 없이 보아왔던 포항의 바다지만 매번 볼 때마다 마음이 안정되고 기분이 좋아진다. 오랜만의 밤바다에 신난 우리는 사진을 찍기도 하고 바다를 구경하기도 하며 시원하고 짭짤한 그 공기를 즐겼다. 다 같이 모여 구매한 폭죽에 불을 붙이고 밤하늘을 장식하는 불꽃을 감상했다. 폭죽놀이가 끝난 후 근처 카페에 들려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풀어놓았다.
아무런 생각 없이 갑작스럽게 방문하게 된 내 고향이지만 언제 어떻게 와도 그 포근함은 매번 나를 감싸주었다. 함께 한 사람들이 좋았고 함께 했던 장소들이 좋았다. 여행을 떠남에 있어서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요소들은 많다. 그러나 함께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좋고, 언제 방문하더라도 부담스럽지 않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고향'같은 장소라면 시간이 언제든 날씨가 어떻든 그런 사소한 부분들은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