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고등학교를 다녀와서

 

올해 8월 무더운 여름, 교회 청년들과 함께 거창고등학교를 방문하였다. 처음 거창고등학교를 견학한다고 했을 때 의아했다. 견학으로 왜 고등학교를 방문할까? 어떤 깊은 역사와 의미가 있는 고등학교길래 견학을 하는 걸까? 라는 의문점을 가지고 거창고등학교에 갔다. 견학 후 현재 교육의 현장 속에 한창 몸담고 있는 학생들, 그리고 선생님들까지 꼭 한번 방문하고 알았으면 하는 장소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생기게 되었다.

거창고등학교의 역사를 얘기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바로 전영창 교장이다. 어쩌면 전영창 교장을 통해 지금의 거창고등학교가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전영창 교장을 중심으로 거창고등학교에는 어떠한 사연이 얽혀있는지 차근히 살펴보자.

 

© 코람데오 닷컴

▶ 전영창 교장에 대해서

전영창 교장은 집안이 가난하였고, 기독교 집안에서 자랐다. 학교를 졸업 후 고향에 있는 초등학교 촉탁선생이 되었으나 1936년 일제의 식민지 당시 조선의 역사를 가르친 것이 문제가 되어 학교에서 쫓겨나게 된다. 2년 후 미국 선교사의 배려로 그는 일본 고베 신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사상이 불온하고 신사참배를 거절했다는 이유로 체포되어 2년간의 징역을 선고받고 감옥에서 복역하였다.

해방이후 감옥에서 공부했던 영어회화를 토대로 미군 부대 군목의 통역관으로 일하였고 1947년 군목의 도움으로 한국 최초의 유학생 여권을 가지고 미국으로 가서 웨스트민스터신학교와 위스턴 신학교에서 공부하였다. 졸업을 앞둔 마지막 학기에 맥아더 장군이 한국에서 철수한다는 소식을 듣고 학장에게 귀국하여 전쟁에 참여하겠다는 소신을 밝히게 된다. 학위를 받고 귀국하라는 학장의 권유에 ‘나라가 위기에 빠져 있는데 학위가 무슨 소용이냐’라는 말과 함께 전영창 교장은 졸업 시험을 치르지 않고 고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한다. 이런 모습에 감동한 학장은 전영창 교장이 졸업 시험을 치르지 않은 상태에 졸업장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전영창 교장은 전쟁 피난민을 위한 구조 사업을 시작하였고 1951년 텐트를 치고 시작한 조그마한 임시 병원에 이어 장기려 박사와 함께 부산 복음병원(현 고신대 복음병원)을 탄생시키기에 이른다. 전쟁이 끝나고 전영창 교장은 다시 콘코디아신학대학으로 유학길을 올랐다.

학업을 마치고 귀국한 전영창 교장은 다른 좋은 조건의 일자리를 마다하고 빚으로 넘어가려 하는 거창고등학교 제 3대 교장으로 부임하여 8명을 앞에 두고 교육을 시작한다. 그는 ‘사랑이 사람을 변화시킨다는’라는 신념으로 오직 교육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쏟았다. 그의 이러한 노력 끝에 거창고등학교는 빚을 모두 갚게 되었고, 학생들의 교육과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거창고등학교 십계명’이라는 것을 만들어 현재에 까지 거창고등학교 학생 뿐 만 아니라 교육에 몸담고 있는 많은 학생들과 교육자들에게 진한 여운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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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창고등학교 십계명에 대해서

거창고등학교 십계명을 보고 가장먼저 드는 생각은 ‘이렇게 해서 밥은 먹고 살 수 있으려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시대의 가치흐름과는 정반대되는 것들을 방향으로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을 깊이 고민하고 사색해보았을 때 각자의 삶에 또 다른 큰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첫 번째는 삶에 있어서 많은 선택과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겨나는데, 그 때마다 우리가 어떤 기준과 목적, 이유로 선택하고 결정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다시 한번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고 비전을 꿈꾸게 될 것이다.

두 번째는 어쩌면 성공이라는 것을 돈과 명예, 권력으로 규정짓도록 하고 있는 현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 속에 거창고등학교 십계명은 또 다른 가치의 진리를 가르쳐준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이것은 삶의 가치를 개인으로 제한하지 않는 것 같다. 즉, 나의 이익과 편함이 우선시 되는 것이 아닌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인간됨과 사랑을 가르치고 있지는 않을까.

 

© 김동민

가벼운 발걸음으로 갔던 것에 비해 많은 것들을 배우고 생각할 수 있었던 견학이었던 것 같다. 삶에 대한 고민은 살아있는 동안에는 항상 다양한 방면에서 지속될 것이다. 그렇기에 세상의 흐름에 따라 아무생각 없이 살아가다는 것이 가끔은 어리석어 보이기도 한다.

살아있다는 것의 의미는 딴 거 없다. 생각할 수 있고 고민할 수 있고 그것에 따라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각자 삶에 대한 가치의 진리를 찾아 오늘도 내일도 앞으로도 열심히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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