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날의 단풍놀이_내장산

 4학년 2학기.

길고도 짧은 1년이라는 휴학생활을 보내고 돌아온 학교는 나에게 너무나도 반갑고도 낯설었다. 하지만 그런 감성을 가지기 이전에 중간고사와 졸업시험이라는 2개의 큰 산으로 앞이 깜깜했다. 오랜만에 하는 학교과제들과 시험공부로 정신없이 한 달을 보내고 중간고사가 끝났다는 기쁨과 함께 졸업시험이라는 다른 산이 기다리고 있었다. 공부는 하지도 않으면서 시험 스트레스는 엄청 받고 있는 나는 학교에 무수하게 많은 단풍나무와 은행나무를 보면서 나름의 '소확행'을 실천하고 있었다. 

 

 하루는 집에 오자마자 부모님께 단풍놀이가 가고 싶다고 말했고 부모님은 시험이 끝나는 바로 다음날 단풍놀이를 떠났다. 전라도는 11월 둘째 주가 단풍이 절정이었기 때문에 중간고사와 졸업시험이 끝나는 날과 딱 맞아 떨어진다고 생각해서 11월 7일, 아침 일찍 내장산으로 직행했다.
(내장산 : ‘영은산’이라고도 하며, 전라북도 정읍시 내장동과 순창군 복흥면의 경계에 있는 산)

단풍이 절정일때 내장산을 방문하고 싶다면 승용차보다는 버스를 이용하라고 추천을 많이 하는데 우리 가족은 단풍 절정 시기가 조금 지난 것도 있었고 편안하게 가고 싶어서 승용차를 이용했는데 대신 아침7시에 출발을 했다. 쉬지 않고 달렸더니 대구에서 딱 2시간 30분이 걸렸다.

 

▲ ⓒ정지영

 내장산은 가을철 단풍이 아름다워서 옛날부터 조선 8경의 하나로 뽑혔다고 한다. 등산로는 능선 일주 코스와 백양사와 내장사까지의 도보 코스가 주로 이용되는데 우리가족은 내장사 도보코스를 이용했다. 내장산은 문화재를 보유한 사찰이 있기 때문에 문화재 구역 입장료를 내야하므로 매표소에서 입장권(3000원)을 구입해서 입장한다. 

▲ ⓒ정지영

그날 마침 비가 와서 단풍이 떨어지고 있었고 맑고 화창하고 눈부시게 흩날리는 상상속의 단풍놀이는 아니었지만 춥지 않았고 우산을 써야 할 만큼 비가 많이 오지도 않았기에 다른 느낌으로 즐길 수 있었다. 또 비가 오다가 그쳐서 안개가 자욱하게 깔렸고 산에는 구름이 내려앉았다.

▲ ⓒ정지영

 인파가 더 몰려서 교통체증이 심각해지기 전에 빠져 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내장사까지 가지는 않고 중간에 돌아서 타고 온 승용차로 향했다. 단풍과 어우러진 비오는 날의 사찰의 모습을 보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그것보다는 어마 무시한 교통체증이 더 무서웠기 때문에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그리고 날씨 때문에 인파도 그렇게 많지 않았기에 사람들에 묻히지도 않았다.

▲ ⓒ정지영

날씨가 화창했다면 더 아름다웠을 것 같다는 처음의 생각은 없어져버렸다. 맑은 날은 화사하겠지만 비가 내리는 날은 다른 풍경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더 멋진 구경을 할 수도 있다. 비가 오지 않았다면 이런 운치는 느끼지 못하지 않았을까.

▲ ⓒ정지영

 궂은 날씨에도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 내장산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다음에는 화사한 모습으로도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내장산 정보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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