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언니의 추천이었다. 때는 지난 여름 방학이었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나를 언니는 조금 한심하게 쳐다보며 할 게 없으면 책이라도 읽으라고 했다. 가만히 있어도 너무 더워서 아무것도 하기 싫었던 나는 나를 쳐다보는 언니의 눈빛에 읽을 만한 책이 있느냐고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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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물음에 언니는 내가 읽으면 좋을 것 같은 책들을 몇 권 뽑아서 줬는데 그때 나의 눈에 들어온 책이 바로 한강의 장편소설인 <소년이 온다>였다. 페이지 수가 그렇게 많지 않아 두껍지도 않고 가볍게 읽기에 좋아 보여서 고른 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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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이 온다>는 광주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쓴 책이다. 첫 장을 읽기 시작했을 때 나는 약간 당황을 했다. 이 글의 주인공에게 계속해서 너라고 하는 소년이 나오는데 첫 장이 끝날 때까지 ‘나’는 이야기 속에 등장하지를 않는다. 해서 책을 읽으면서도 이 이야기의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를 계속 생각하며 페이지를 넘겼다. 이 의문은 얼마 가지 않아서 금방 풀리게 되었다. ‘나’는 ‘너’인 동호가 찾고 있었던 친구 정대였다.

 동호는 사라진 자신의 친구 정대를 찾기 위해 광주도청 민원봉사실에 갔다가 그곳에 있는 시체들을 처리하는 일을 돕게 되었다.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알리며 책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책은 총 6장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장마다 이야기의 화자가 달라지지만 모두 그 시대의 희생자이며 무고한 광주 시민이라는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 각자의 시점에서 보이는 광주의 참혹함을 덤덤하지만 슬프게 풀어나간다.

 친구를 잃은 중학생,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총에 맞아 죽은 자신의 몸에서 빠져나온 혼, 원고 검열을 받으러 다니는 출판사 직원, 민주화 운동을 하는 대학생 등 각자의 처참한 상황을 자신의 시점을 통해 보여준다. 제삼자가 아닌 자신들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이어 나가서 그런지 더 깊게 이야기에 파고들어 울림을 주는 것이 있다고 느꼈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내가 관심 가지지 않았던 민주화 운동의 내면을 더 자세히 알게 되었고 내가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더 참혹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민주화를 위해 애쓴 사람들이 하루에 수백 명씩 죽어 나가고 그런데도 광주 시민들은 민주화 운동은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 우리는 끝내 민주화를 이룰 수 있었고 우리는 더욱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었다. 이 이야기는 내가 태어나기도 한참 전에 있었던 일이지만 불과 몇십 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때 그 민주화 운동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지금 이렇게 살아가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그때 그 광주 사람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졌고 자기 한 몸 바쳐가며 세상을 바꾼 수많은 사람의 희생에 감사하다고 느끼며 하루하루를 살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되고 머릿속에 되새기며 우리가 더욱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하는 마음 또한 생겨났다.

 민주화 시대에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이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민주화 운동에 대해 더 알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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