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9일 나는 청도군 풍각면 깊은 골짜기로 여행을 떠났다.

하지만 혼자 가지 않았다. 18학번 동기 친구들과 함께 이곳에 위치한 별장으로 여행을 온 것이다. 며칠 전부터 무엇을 얼마나 먹을지 계획하고 돈을 모았고, 팀을 나누어 차편을 알아보는 등 척척 진행되었다. 역시 놀러가는 일정 계획하는 거에는 진짜 박사들이라고 느꼈다. 하지만 먹을 것 말고는 계획할 일이 없었다. 왜냐하면 풍각면 깊은 골짜기의 집 근처엔 마트나 식당은 당연히 없으며 버스 또한 오전, 오후에 각각 1대씩 오고가며 작은 슈퍼라도 가려면 차를 타고 15분은 나가야 했다. 진정한 힐링을 위한 여행지로는 제격인 셈이다.

▲ 이태욱

고기와 라면, 햇반 등 각종 먹을 것과 짐을 잔뜩 싫고 금요일 오후 별장에 도착했다. 짐을 집으로 옮기고 겉옷을 벗은 뒤 거실 커튼을 걷고 따스한 오후 햇살이 들이치는 소파에 친구들과 다 같이 앉았을 땐 정말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바람소리, 새소리, 나무가 바람에 스치는 소리, 가끔 들리는 강아지의 울음소리뿐이었고 바쁜 학교에서의 일상과는 너무도 다른 세상이었다. 적응되지 않을 만큼의 고요함에 하나 둘 씩 멍하니 바깥을 쳐다보다 잠들어버렸다. 개강 후에 부족한 잠을 모두 채울 수 있을 만큼의 휴식이었고 오후의 낮잠에서 깨었을 때 몸은 날아갈 듯 가벼웠다. 가벼운 몸을 이끌고 친구들과 함께 동네 한 바퀴 산책을 했다. 크게 기지개를 펴며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동네 저수지까지 친구들과 걸어갔다. 저수지에 잠시 멈춰 서서 둘러보니 온통 산이고 물에 비치는 햇빛이 너무 아름다웠다. 그리고 너무 오랜만에 속 시원하게 깨끗한 공기를 크게 들이쉬고 내쉬었다. 그렇게 산책을 하고 나니 해는 뉘엿뉘엿 지고 배에선 배고픔의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 이태욱

친구들은 함께 식탁을 깔고 냉장고에 넣어놨던 반찬들과 식기들을 차리기 시작했고 나는 그릴에 숯을 넣고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빨갛게 불붙은 숯불 위로 고기를 쉼 없이 굽고 된장찌개와 흰 쌀밥과 함께 먹는 삼겹살과 목살은 정말로 일품이었다. 그리고 더해지는 동동주까지 환상의 조합이었다. 그렇게 식사를 하고 남은 숯불로 고구마를 구웠고 과자와 남은 동동주와 함께 친구들과 둥글게 둘러앉아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나눈 이야기는 최고의 안주였다. 그 어느 때 보다 친구들과 돈독해진 기분이었고 세상 누구보다 재밌는 하루를 보냈다고 자부할 수 있다. 무엇보다 너무 행복하고 즐거웠다.

▲ 이태욱

학기 중 주말엔 보통 집에서 쉬거나 자는 것이 일상이다. 혹은 과제를 하거나 쇼핑을 간다. 하지만 여러분들도 한주의 주말은 친구들과 산속 혹은 바닷가 조용하고 아늑한 집에 맛있는 음식 잔뜩 들고 힐링하고 이야기 나누며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이런 여행 한번 해보시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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