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릴레이 시나리오

▲ ⓒ세계일보

“아니, 뭐 그냥 회사 다니고 있지 뭐, 별말 있겠어.”

 

폭발할 거 같았던 감정도, 아버지의 오래된 운동복에서 마음이 가라 앉았다. 평생 우리 가족을 위해 밖에서 열심히 일하신 아버지. 친구의 아버지와 비교 했던 나 자신에 대해서 미워졌다.

방으로 들어온 나. 책상 앞에 앉자 한참을 고민했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 대해 수도 없이 부정했고 앞으로도 경쟁에서도 자신이 없어졌다.

 

“나는 이제 어떡하지?”

 

취업 준비로 지쳐있던 나에게 우연히 마주친 친구는 지친 삶에 대해 힘을 주는 존재가 아닌 더욱더 포기를 하고 싶은 존재였다. 1시간 정도가 지났을까, 나는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나 잘 준비를 하였다. 가방을 내려놓고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누웠다.

 

정적과 어둠이 방안을 가득 채웠다. 눈을 띄고 천장을 바라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현실. 눈물이 나오고 시작했다. 열등감, 좌절감, 자격지심 등 수 많은 감정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눈물이 흘리며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내일이 오지 않기를, 오늘이 끝이기를….” 마음속으로 수도 없이 생각하며 잠이 들었다.

 

밝은 빛이 방안에 가득 차고 참새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아침이 왔다. 눈은 감고 있지만, 귀로 들려오는 아침 소리. 눈을 뜨기 싫었다. 하지만 이내 배가 고파 침대에서 나오게 되었다. 거실로 나왔다. TV 뉴스가 크게 들렸고 아버지와 엄마가 집에 있었다.

 

“둘 다 출근 안 했네?”

 

맞벌이하는 우리 집이기에 순간 나는 주말인 줄 알았다. 말없이 TV를 보고 있는 아버지, 주방에서 요리를 하는 어머니. 평소와 같은 모습이었지만 어딘가 분위기가 달랐다. 그때 TV 뉴스에서 나오는 소리에 TV로 시선이 갔다.

 

“지구 멸망까지 앞으로 72시간, 지구가 멸망합니다.”

“지구가 멸망한다는 무슨 소리야?!”

 

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 지구가 갑자기 멸망이라니? 믿을 수 없는 소리에 나는 볼을 꼬집었다. 아프지 않았다.

 

“엥? 아프지 않다?”

 

TV를 보던 아버지와 주방에서 요리하던 어머니가 말을 했다.

 

“당연하지 이건 꿈이니깐.”

“꿈이라도 밥은 먹어야지? 어서 와~”

 

눈을 떴다. 내방 천장이 보였고 집은 고요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어두운 방 안. 나는 한숨을 내쉬고

 

“꿈이구나….” 방문을 열고 물을 마시러 거실로 나갔다. 물을 한 컵 따르고 마시고 있는 중 출근을 하시는 아버지와 마주쳤다.

 

“출근하시는 거예요?”

“어, 그래. 일찍 일어났구나?”

“네. 어쩌다 보니.”

 

짧은 대화가 끝난 후 아버지는 현관으로 향했고 나는 방으로 향했다. 방문을 열고 내 방으로 들어가려던 순간 아버지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소리를 듣고 다시 현관으로 향했다.

 

“네?”

“너 오늘 면접이라고 하지 않았어?”

“그거 저번 주 않아요.”

“아. 결과는 나왔어?”

 

결과를 묻는 아버지의 질문에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나왔다.

 

“붙었으면 얘기했겠죠, 왜요?”

 

아버지는 주머니에서 흰 봉투를 꺼냈다.

 

“자 이거 챙겨라.”

“이게 뭐예요?”

 

나는 흰 봉투에 내용물을 확인했다. 콘서트 티켓이였다.

 

“너 이 가수 좋아했잖아. 요즘 취업 준비한다고 놀지도 못하는 거 같던데 스트레스 좀 풀고 와.”

 

아버지는 신발 끈을 묶으며 현관문을 열고

 

“뭐든지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 있지 않겠니? 나는 괜찮으니까 천천히 준비해라.”

 

아버지는 짧은 말을 하고 출근을 했다. 아버지의 말에 대답을 못 했던 나는 한참을 서서 현관문을 바라봤다. 어제의 내 모습과 내가 그동안 부렸던 투정들이 머릿속을 지나갔다. 미안함이 나를 지배했다. 다시 방으로 들어온 나는 컴퓨터를 켰다. 다시 취업을 준비하기로 했다. 어제까지 아무것도 하기 싫었던 내가 다시 시작할 동기를 찾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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