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포토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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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2일

 나는 지금 지방에서 갓 올라와 서울에 취직해 내가 원하는 회사에 다니고 있는 '신입사원'을 갓 졸업한 '이제 그냥 사원' 이다.


 처음 서울에 올라갈 때 이것저것 싸주며
" 눈 뜨고 코 베이는 데가 서울이란다. 까묵지말고 잘 챙기레이 "

" 아 엄마 알았다. 요즘 휴대폰에 다 저장하면 되는데 뭐한다고 이런거 까지 넣어주노 "

" 에이 그래도 우리 딸 서울 간다는데 엄마가 이렇게 챙겨줘야되지 않겠나아"

" 아 엄마 고마 개안타 "

그때는 몰랐다. 엄마의 빈자리가 이렇게 클 줄은 ,, 촌 동네에서 그저 서울 상경한다는 기분에 신이 났다. 회사를 처음 들어가고 일을 하면서 아직 잘 모르는 나에게 서류를 던져주며

" 지윤씨 이거 해주세요 ! " , " 지윤씨 이거 프린터요 ! " ,"지윤씨" "지윤씨" "지윤씨!!!!!!!!!!!"

이렇게 나는 꿈같던 회사에 들어와 까만 구두를 신고 회사를 이리 돌아다녔다 , 저리 돌아 다녔다 , 까만 구두를 신고 발꿈치가 까져 빨간 피가 나고 있는 것도 모르고 뛰어다녔다. 처음에는 그저 서울이라는 곳에 왔고 꿈에 그리던 직장에 와 힘든 몸을 이끌고 이곳저곳 돌아다녔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 이제는 회사가 끝나면  곧장 버스를 타고 ,, 아니 가끔은 택시도 탔지만 ,, 그렇게 무거운 몸을 끌고 집으로 가면 까만 어둠에 흐깃흐깃 보이는 갈색 가구들이 날 맞아줬다. 딱딱한 가구들이 ,, 


  가끔은 너무 힘들 때
" 오늘 나 너무 힘들었어 ,," " 아니 그 이상한 파마머리한 여자가 나만 맨날 갈군다니까" " 휴 진짜 퇴사하고 싶다" " 하루만 쉬고싶다" 라는 말을 들어주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도 여전히 집에 와서 쇼파에 픽 쓰러져 넘어졌고 여전히 물에 젖은 휴지 마냥 차가운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그러다가 바빠서 열고 간 창문에 바람과 달빛이 함께 들어왔다. 차가운 바람이 날 감싸주었고 나도 모르게 무거운 몸이 가벼운 몸이 되어 걸어갔다. 이끌리게 걸어간 그 곳에는 까만 하늘에 하얀 달이 보석처럼 박혀 있었다. 그 달을 보고 나는 문득 엄마가 생각이 났다. 동그랗고 하얀 달 ,, 보름달 같이 동그랗고 하얀 우리엄마가 생각났다..

나는 지금 어떤 달콤한 휴식보다 집 안에서 날 위로해주는 뜻뜻한 된장찌개 냄새와 엄마의 몸에 베여있는 엄마만에 향기 ,, 그것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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