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릴레이 시나리오

▲ ⓒ 세계일보

지하철역을 나와 집에 가던 중, 누군가 나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야 너 김도현 맞지?"

 

누구지? 누군데 내 이름을 아는 거지? 나는 당황스러움을 뒤로한 채 물었다.

 

"누구세요? 저 아세요?"

 

"와. 몇 년 안 보더니 친구 얼굴도 까먹었냐? 나야 나 지성이야."

 

지성이? 설마 고등학교 전교 꼴등이었던 김지성?! 나는 아까보다 몇 배의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분명히 학창시절 전교 꼴등밖에 하지 않았던, 놀기만 좋아하는 지성이가 멀끔한 양복 차림에 사무용 가방을 들고 있는 저 모습이 도저히 실감 나지 않았다. 학창시절엔 그냥 놀기 좋아하고 나랑은 별로 친하지도 않았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친한 척하는 걸까.

 

"어..어. 알지 김지성. 너 바로 내 뒷자리였잖아."

 

"야 몇 년 안 봤다고 친구 얼굴도 까먹고 섭섭하다 정말."

 

"아 미안 요즘 공부하느라 까먹고 있었네."

 

"야 오랜만에 만났는데 근처 카페라도 가서 얘기 좀 하자."

 

집에 가서 오늘 공부했던 거 복습해야 하는데, 얘는 자꾸 나랑 얘기 좀 하잔다. 만나서 반갑긴 하지만 딱히 친하지도 않았던 애랑 무슨 얘기를 나눠야 하지. 나는 최대한 정중하게 거절했다.

 

"아 미안해 나 오늘은 좀 바빠서 다음에 다시 얘기하자."

 

"그래? 그럼 내 명함 줄게, 다음에 전화해 줘. 갈게."

 

그렇게 지성이를 보내고 그제야 명함을 보았다. 명함을 본 나는 또다시 멍해졌다. 그 녀석의 이름 옆에 적혀있던 기업 이름은 '대일기업' 대한민국 최고 기업에 얘가 다니고 있다는 게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나는 집에 도착해서도 명함을 들여다보면서 궁금해했다. 도대체 몇 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전교 꼴등이었던 애가 대기업에 들어갈 수 있었는지, 다음 날 나는 지성이에게 전화를 걸어 집 근처 카페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잡았다.

 

"지성아 여기야."

 

"어제는 얘기 못 해서 아쉬웠는데 오늘은 시간이 나서 다행이네."

 

여유로운 지성이와 달리 나는 대기업에 취업한 지성이의 비결을 알기 위해 혈안이 돼 있었다.

 

"저기...지성아 너 대일기업에 취업했던데 어떻게 거기 들어간 거야?"

 

"아...그거?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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