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완벽한 타인

 우리는 타인에게 어떤 모습, 이미지로 비춰지길 원할까? 착한 사람,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 여유 있는 사람과 같이 다양한 모습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 ‘완벽한 타인’에서는 우리 주변의 가장 흔한 소재이며 누군가에게는 가장 은밀한 이야기가 오가는 장치가 될 수 있는 ‘핸드폰’을 이용해서 풀어낸다.

 

 ©네이버 영화

 

 현대사회에 있어 핸드폰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 또는 상징으로 다가올까? 조금만 멀어도 전화나 톡으로 대화를 이어가고 옆 사람들보다는 화면 속 텍스트에 더 집중하는 우리를 보며 안타까워하기도 하며 만나서 하기 힘든 이야기를 보다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것들의 공통점은 어쩌면 ‘쉬운 전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고개를 돌려 상대방을 바라보며 입을 떼지 않아도 되고, 조금 멀리 떨어져 있어도 나와 더 가깝다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 이로 인해 결국 핸드폰이라는 장치를 통해 말을 너무 쉽게 하고 있다. 영화 속에 주요 설정은 저녁식사 중 오는 모든 연락을 공개하는 것이다. 사기당한 사람, 고부갈등과 배우자와의 관계를 신경 쓰는 사람, 불륜과 같은 이야기가 핸드폰으로 오가고 우리는 굳이 그들의 과거를 알지 않아도 이를 통해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갈 수 있다. 겉으로는 화려한 집에서 함께 식사를 하는 성형외과 의사와 변호사, 사업가였다면 휴대폰을 통해 바라본 그들의 이면은 한심하고 추악한 모습들뿐이다. 오랜 친구였던 그들은 그런 당혹스러운 상황 속에도 서로를 감싸주고 문제를 덮어주려 고군분투한다. 아무리 친한 친구 사이에도 우리는 외적으로 보여지는 이미지, 타인으로부터 비춰지는 모습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철저한 관객의 입장인 우리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극 중 인물들의 치부가 들키고 이를 숨기기 위한 행동과 공개할 때의 표정 변화, 아찔함을 보며 우리는 웃음을 터트리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이런 일을 겪는다면 웃을 수 있을까? 절대로 그럴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스크린을 보며 웃음이 터지는 이유는 그들로부터 떨어진 ‘완벽한 타인’이기 때문이다.

 

 © 네이버 영화

 

 사람의 본성은 마치 월식과 같다. 

 

 달이 지구의 그림자 속에 숨어 자신을 숨기듯이 나 또한 타인의 모습에 스며들어 내 본 모습을 숨기려 한다. 그러나 월식이 유지되는 짧은 시간만큼 우리의 본 모습도 금방 드러난다. 그리고 사람들은 전혀 몰랐던 타인의 이면에 상처받고 그것을 배신이라고 느끼기도 하며 그 무리를 떠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꼭 풀어내고 사람들을 이해시켜야 할까? 조금 모르고 살면 안 될까? 우리는 주변인에 대해 처음부터 모든 것을 알지도 못했으면서, 아주 작은 일부분을 알고 있으면서 지금껏 숨기던 사실을 급하게 알게 되었을 때 상처받고 그것을 배신이라고 느끼기도 하며 무리를 떠나려고도 한다.

 

 그러나 만약 그 게임을 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그것 나름대로 행복한 저녁을 보냈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 일상의 평화가 유지되는 이유, 더 복잡하고 쓸데없는 일에 머리를 쓰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우리는 모든 것을 알려고 하지 않는 것으로부터 오지 않을까? 서로의 본 모습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법을 알아야 할 때 도 있지만 가려진 모습이 있기 때문에 우리 주변이 평화로 가득 차 있는 것이라 믿는다.

 

 

 

 

저작권자 © MC (엠씨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