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소개 프로그램의 민낯을 드러내다, 영화 '트루맛쇼'

 

▲ ⓒ 네이버 영화

그야말로 모든 게 진짜처럼 보이던 거짓말이었다. 아, 나는 왜 그 진부함을 이상하게 느끼지 못했을까. 맛집 방송을 보며 의문을 가져본 적이 있었고, 방송 협찬이 암암리에 있을 수도 있겠다는 짐작도 했지만, 이렇게나 디테일하고 치밀할 줄이야. 맛집 소개 프로그램에서 매회 연출되는 진부한 클리셰를 눈치 채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러려니-하고 넘겼던 것도 같다. 얼마 전, KBS 저녁 프로그램 ‘생생 정보’에 나왔던 맛집이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나와 백주부에게 엄청나게 깨지고(?) 누리꾼들에게 비판을 받았던 사례가 떠올랐다. 생생 정보 측은 ‘협찬 루머는 거짓’이라며 허위 사실에 대한 강경대응을 하겠다며 고소를 진행했지만, 글쎄. 그럼에도 왠지 신뢰가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글을 쓰며 혹시나 해서 생생 정보 게시판에 들어가 봤다. 제일 먼저 ‘배우 손선근 씨가 왜 인터뷰에 나오냐’는 문의 글이 보였다. 제작진은 ‘배우의 단골식당이어서 우연히 인터뷰가 진행됐으며, 제작진은 손님을 동원하거나 거짓 인터뷰를 강요하지 않는다.’며 답했지만, 역시나 글쎄. 아이러니한 우연이다.

 

영화에는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이 전문가로 등장한다. 다소 강한 어조의 독설에 왠지 웃음이 났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그의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혹자에게 TV는 ‘쉬운 돈벌이 수단’이다. 우리는 그 돈벌이에서 흘러나오는 정보를 다각화시켜 바라보고 비판해야 하지만, 대개 대중들의 인식과 미각은 그대로 흡수하는 데 그쳐버리는 거다. ‘맛집’에서 ‘맛’은 사라지고, 눈에 띄는 이미지만 생산한다. 며칠 전 TV에 나왔던 ‘전복모시수제비추어탕’을 보며 먹고 싶다며 입을 모았던 엄마와 내가 떠올랐다. 깜빡 속을 뻔했다. 방송의 진실성과 대중들의 신뢰가 어디로 향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방송은 그저 방송이다. 변별력을 잃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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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맛쇼>의 제작팀은 TV프로그램의 이면을 파헤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식당을 열어 브로커를 통해 방송에 출연한다. 식당의 테마는 ‘매운 음식’이었다.(맛집 브로커에게 돈만 주면 식당의 컨셉과 출연 일정을 모두 결정해준다.) 모든 음식에 과하게 청양고추가 뿌려져있었고, 심지어는 돈가스 사이사이까지 청양고추가 박혀있었다. 컨셉이 컨셉인 만큼 땀과 콧물을 흘려가며 음식을 먹는 손님들이 애잔해보였다. 원래라면 잘 시도하지 않는 음식일 텐데. 외람된 생각일지는 모르나, ‘방송국 사람들에게 조종당하는 손님들이 더 애잔하고 힘들어 보이도록 혹시 트루맛쇼 제작진들이 컨셉을 더 하드한 쪽으로 유도하지 않았을까’하는 의심이 들었다. 가짜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과장은 아닐까, 하고. 한번 돋아난 의심의 응어리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

 

‘트루맛쇼’에서 제목을 패러디한 영화 <트루먼쇼>는 자신도 모르게 삶의 모든 순간이 전세계로 생중계되고 있는 주인공 트루먼에 대한 이야기이다. 끔찍한 비밀을 알게 된 트루먼은 사람들의 관음과 조종으로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세상을 향한 문을 연다. 그리고 카메라를 통해 보고 있을 사람들에게 말을 건넨다. "오늘 못 볼 지도 모르니 미리 인사하죠. 굿 애프터 눈, 굿 이브닝, 굿 나이트!" 나도 그래야할 것 같다. 확실한 건 TV속에는 가증스러운 허상이 많다는 거다. 익숙한 것도 낯설게 보고, 낯선 건 더더욱 낯설게 받아들여야 한다. TV가 주는 전적인 신뢰도와 전문성에 안녕을 고해야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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