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관련된 詩

▲ 이나현

 

 오늘 하루 한 번이라도 하늘을 올려다보신 적이 있나요? 청명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가을 하늘은 해의 유무에 관계없이 언제, 어디서든 선명한 달을 우리 눈에 선물합니다. 가만히 달을 들여다보면 그가 뿜어내는 은은한 빛은 알게 모르게 사람들의 감성을 채워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일본의 한 유명 소설가는 영어 문장 'I love you'를 '달이 아름답다.'라고 의역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같이 달에 관련된 문학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소설도 수필도 좋겠으나 까만 밤 하늘에 무심히 떠 있는 달은 왜인지 여러 '시'들을 떠오르게 합니다. 지금같이 가장 아름다운 달이 뜨는 시기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 모습을 접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달과 관련된 몇 가지 시를 준비했습니다. 시를 통해 오늘 한 번이라도 자신이 하늘을 올려다본 적이 있는지, 오늘 달의 모양은 어떠했는지를 떠올릴 수 있는 조금의 여유가 생기기를 바랍니다.

 

▲ 이나현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 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 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천년동안 고백하다 / 신지혜>

 

내가 엮은 천 개의 달을 네 목에 걸어줄게

네가 어디서 몇 만번의 생을 살았든

어디서 왔는지도 묻지 않을게

 

네 슬픔이 내게 전염되어도

네 심장을 가만히 껴안을게

너덜너덜한 상처를 봉합해줄게

 

들숨으로 눈물겨워지고 날숨으로 차가워질게

네 따뜻한 꿈들은 풀꽃처럼 잔잔히 흔들어줄게

오래오래 네 몸 속을 소리없이 통과할게

고요할게

 

낯선 먼먼 세계 밖에서 나는

서럽게 차갑게 빛나고

내가 홀로 이 빈 거리를 걷든, 누구를 만나든

문득문득 아픔처럼 돋아나는 그 얼굴 한 잎

 

다만

눈 흐리며 나 오래 바라볼게

천년동안 소리 없이 고백할게

 

 

<보름달에게 2 / 이해인>

 

네 앞에 서면

말문이 막힌다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 차오르면

할 말을 잊는 것처럼

너무 빈틈없이 차올라

나를 압도하는

달이여

 

바다 건너

네가 보내는

한 가닥의 빛만으로도

설레이누나

 

내가 죽으면

너처럼 부드러운 침묵의 달로

사랑하는 이들의 가슴에

한 번씩 떠오르고 싶다

 

 

 

 

 
저작권자 © MC (엠씨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