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의 전후 맥락

2018학년도 기준 대한민국의 전국 대학진학률은 77.2%.

대학수학능력시험 날에는 출근 및 등교 시간이 늦춰지거나 영어 영역 듣기 시간에 비행기가 이·착륙을 미루는 등 대한민국에서 대학 입시는 매우 중요한 이슈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대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수시 혹은 정시라는 문을 통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간략한 설명은 아래와 같다.

수시에는 고등학교 내신 성적을 위주로 보는 학생부 교과 전형, 학생부 교과 성적과 함께 비교과 활동까지 보는 학생부 종합 전형이 있고, 그 외에도 면접 전형, 논술 전형, 실기 전형, 특기자 전형 등이 있다. 정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하여 그 점수를 가지고 대학에 입학하는 방법이다.

80%에 육박하는 학생들이 본인이 원하는 대학을 위해 지금 이 시각에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데, 이러한 구슬땀 없이 쉽게 대학을 가려 했던 쌍둥이 자매가 적발됐다. 지난 8월에 벌어진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이다. 전후 맥락을 살펴보자면 이러하다.

▲ 8월 31일 숙명여고 정문에서 학부모들이 시위하는 모습 © 조선일보

8월 11일, 숙명여고 학부모 몇 명이 아버지를 교무부장으로 둔 쌍둥이 자매의 성적이 갑자기 오른 것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리면서 시작되었다. 자매의 성적이 1학년 1학기에는 각각 59등, 121등이었지만, 2학기에는 2등, 5등을 꿰찼고, 2학년에 진학해서는 이과 1등, 문과 1등을 차지했다는 내용이 중점이었다. 당시 교무부장이 시험 출제를 총괄하는 자리에 있어 의혹이 더욱 커졌다. 이에 대해 교무부장 측에서는 두 딸이 원래 중학교 때 성적이 매우 좋았었고, 고등학교 1학년 1학기에는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학교 적응 및 학원에 다녔으며 수면 시간을 줄이면서까지 공부했기에 성적이 오른 것이라며 반박했다. 교무부장의 반박에도 의혹이 계속되자 서울시교육청은 8월 16일부터 22일까지 집중 감사를 진행했지만, 감사만으로는 진실을 밝히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후, 8월 31일에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컴퓨터, 스마트폰 등의 저장 매체와 인터넷에 남아있는 디지털 정보를 통해 증거를 찾는 방식인 디지털 포렌식 분석을 진행했고, 아버지인 부장교사의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확인한 결과 자매에게 미·적분, 과학탐구, 문학 등 3과목의 정보를 미리 알려줬다는 증거가 발견되었다. 또,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중요하게 보는 요소 중 하나인 교내 수상 실적에서도 자매가 11번의 수상 실적을 가지고 있어 이것도 특혜가 있었던 게 아니냐며 논란을 가중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다른 학생들이 수시를 지원할 때 영향을 주지 않도록 올해 안에 자매의 성적을 0점으로 처리하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으며, 징계가 아닌 퇴학을 요구하는 학부모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숙명여고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시험지 보안을 더욱 강화하기로 하고, 내년부터는 아예 교직원과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닐 수 없도록 하는 상피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 8월 16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전국 고등학교 내신 비리 전수조사 촉구 시위를 하는 모습 © 연합뉴스

광주 모 고등학교의 학교 운영위원장이었던 여성이 아들을 의대에 보내기 위해 행정실장과 결탁하여 올해 3학년 1학기 이과 중간, 기말고사 시험문제를 통째로 빼돌려 지난 26일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목포의 한 고등학교에서도 중간고사 시험지가 유출되어 재시험을 치는 등의 일이 있었다.

부모가 올바르지 못한 방법을 통해 부당한 이익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자녀는 본인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부정과 비리를 저질러도 들키지만 않으면 괜찮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게 될 것이고 당장 한 번은 어떻게 넘어가더라도 언젠가는 자멸의 길로 이끄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 시험지 © 중앙일보

수시를 확대하는 방안을 유지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교과 성적, 비교과 활동이 중요해지는 이 시점에서 정당한 방법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교내 수상 및 독서, 봉사 활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노력했던 학생들과 이를 뒷받침해주던 학부모들의 분노는 당연하다. 정시의 몇몇 단점을 보완해주는 수시모집에서 공정하지 못한 일이 자꾸 벌어진다면 수시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할 것이다. 정당한 방법으로 수시를 준비하던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교육부 및 각 학교에서는 이러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한 적절한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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