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포토콘텐츠

 ▲ⓒ노현지

"우리 헤어지자...."

"정말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응.. 나 너무 힘들어. 이제 다 지겹고 더이상 같이 못 지낼 거 같아."

"하.. 진짜 내가 더 잘 할게. 약속 시간도 안 늦고, 게임도 줄이고, 보고 싶은 영화도 자주 보러 가고, 진짜 내가 변할게... 그러니까 헤어지지만 말자.."

"미안해 잘 지내."

"수진아 수진아!!"

어휴.. 저렇게 될 줄 알았어. 남자가 잘했어야지.

늦은 밤 시험 때문에 챙겨보지 못한 웹툰을 정주행했다. 이제 중간고사도 끝났겠다, 당분간 한가하겠다고 생각한 건 오산이었다. 밀린 과제에, 시험 대체용 리포트에, 아르바이트까지 시험이 끝나도 바쁜 건 매한가지였다. 벌써 시간이 새벽 3시를 가리킨다. 빨리 자야 내일 출근 준비를 할 수 있다.  다음 날 일 할 준비를 마치고 밖을 나서니 단풍잎이 물든 나무가 눈앞에 보였다.

"와... 벌써 10월이네."

정신없이 학교 생활을 하면서 시간 가는세도 몰랐던 터라 잠시 서서 생각에 잠겼다. 친구들은 동아리니 공모전이니 바쁘게 살아가는데 그에 반해 수업이 끝나면 곧장 자취방으로 향하는 내 모습이 불현듯 떠올랐다. 남들은 취업 걱정에 이것저것 준비하고 있지만 나는 용돈 벌기 바빠 아르바이트나 하고 있으니 한숨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가게로 향하는 길. 주변에 온통 커플뿐이다. 왜 내가 가는 길마다 붙어 다니는 거야. 짜증 난다.

카톡!
"야! 진짜 괜찮은 애 한명 있는데 소개해줄까?"

 갑자기 친구가 소개팅을 주선했다. 뭐지. 돈이 필요한가 아님 내가 모솔인거 말하고 다니나? 순식간에 머릿속은 복잡해졌지만 답은 정해져 있었다.

"나 모솔인거 알잖아. 여자 관심 없어."

"아 왜 진짜 좋은 애라니까. 얘도 모솔이래 편하게 만나 봐."

"나 일 때문에 만날 시간이 없어. 다른 애 소개해줘."

"그래? 알겠다 다음에 술이나 한잔하자." 

나는 22년 동안 여자에 관심이 없다. 아니 정확히는 여자를 대하기 어렵다. 주위 친구들은 하나둘씩 여자친구를 만들지만 나는 그 흔한 썸 한 번도 타지 못했다. 어릴 적부터 여자랑은 담을 쌓고 지내온 나로서 여자친구라는 존재는 내겐 그저 전 과목 A+보다 힘든 존재다. 빨리 졸업이나 해서 취직해야지 여자친구는 내게 사치였다.
 그런데 왜일까? 요즘 들어 부쩍 옆구리가 시린 느낌을 받는다. 살면서 이런 느낌이 한 번도 없었는데 이상했다. 혼자 먹는 밥이 맛이 없고, 혼자 걷던 길이 외롭게 느껴진다. 이런 게 가을 타는 건가. 속으로 되뇌다 갑자기 지갑 하나를 발견했다. 당황한 나는 경찰서로 가려다 지갑 안에 주인 번호가 있지 않을까 열어보았다. 지갑 주인은 21살 여자였고 이름은 이수빈 나랑 같은 학교를 다니고 있고  바로 옆 학과에 재학 중이었다. 번호는 없고 민증과 교통카드 하나만 들어있었다. 얼른 경찰서에 갖다 주고 일하러 가야지.라고 생각한 순간 건너편 횡단보도에서 바닥을 살피는 여자 한 분이 보였다.
 저 사람 지갑인가? 나는 건너편 여자에게 뛰어가  지갑을 건네며 물어보았다.

"혹시 이 지갑 찾으세요?"

"헐! 네! 맞아요 감사합니다!"

여자분의 기쁜 표정을 보니 내심 뿌듯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사진보다 실물이 더 이쁘다.

"저 그럼 이만 가 볼게요."

"아! 저 고마워서 그런데 커피라도 한 잔 대접할게요."

"아.. 아니에요  경찰에 맡기려다가 우연히 눈에 띄어서 다행이죠. 괜찮은데..."

"아니에요! 잃어버린 물건 찾아줬으니 보답해 드려야죠!"

"아.. 그런데 제가 지금 일하러 가야 돼서 나중에 마셔도 될까요..?"

"아! 그러시구나. 그럼 번호 찍어주세요. 제가 이따 연락드릴게요!"

"아... 네 여기요."

"네! 진짜 고맙습니다. 제가 저녁에 연락드릴게요~"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일어난 일을 내가 겪다니. 어 빨리 안 가면 매니저 형한테 혼나겠다. 허겁지겁 뛰어 도착하니 다행히 늦지 않았다. 일이 끝나 갈 때쯤 하루 종일 아침에 여자분 얼굴 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여자랑 그렇게 대화한 게 얼마 만인지 아직도 심장이 두근두근하다. 퇴근 시간이 다가올 때쯤 그녀에게서 연락이 왔다.

"내일 주말인데 시간 괜찮으세요?"

내일이라.. 내일 또 그 얼굴을 볼 수 있다니 꿈만 같다.

"네 내일 좋아요. 어디서 만날까요?"

"음... 12시에 ㅇㅇ대학교 앞 카페 괜찮을까요?"

"네. 그 근처에서 살아서 가까워요."

"우와 저도 학교 앞에서 사는데 이웃이었네요. 그럼 내일 봐요~"

일을 마치고 집을 돌아가는 길 머릿속엔 내일 뭘 입고 나갈지 복잡하다. 벌써부터 긴장되고 괜스레 웃음이 난다. 아 빨리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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