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딸로 태어난 여자들의 성장과 치유의 심리학을 읽고

 
    ▲ ⓒ네이버 책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편견과 고정관념에 부딪힌다. 혈액형에 관해서도, 성별에 관해서도, 또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에 따라서도. 그 중 아직 20대인 우리가 가장 밀접하게 관련 있는 것은 성별에 관한 편견이 아니었을까? 초등학생 때부터 남녀평등 글쓰기를 꼭 1년에 한 번씩은 했던 것 같다. 그럼 꼭 들어갔던 이야기가 교실 청소를 할 때 책상, 의자 옮기기, 책꽂이나 신발장 옮기기처럼 힘든 일은 남학생 이하고 바닥 쓸고 닦기 같이 비교적 간단한 일은 여학생이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때는 이게 마냥 당연한 건 줄 알고 어른들이 그렇게 하라고 하니까 맞는 일인 줄 알았다. 그런데 조금씩 커가면서 그게 당연한 일이 아니었구나 생각했다. 이 책에서 하려는 이야기 또한 이러한 편견의 연장선에 놓여있는 이야기이다. 남자와 여자를 가르는 편견은 아니지만, 맏딸이라는 이유로 가졌던 부담감들, 첫째라는 이유로 누군가와 비교당할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가 담겨있다.

맏딸인 저자들이 이 책을 썼고 맏딸들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하고, 태어난 순서대로 집단을 나누어 실험하면서 맏딸들의 특징으로 뽑힌 5가지가 있다. 책임감, 성실성, 효율적 일 처리, 진지함, 보살핌이 그 주인공이다. 이 다섯 가지에 대해 내가 공감하고 경험한 것들을 토대로 이야기해 보려 한다.

나의 부모님은 나를 그들의 기준으로 삼았다. 나를 중심으로 온 가정이 돌아갔다고 이야기해주었다. 실제로도 내가 잠들지 못하면 아빠는 차를 끌고 동네를 30분이고 한 시간이고 계속 반복해 다녔다고 한다. 입이 짧은 내가 어쩌다 잘 먹는 반찬이 있으면 할머니는 그것을 일주일이 넘도록 상에 올려주셨다. 그리고 엄마는 지금까지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할 수 있다고 말해주며 가장 큰 용기를 주고 있다. 난 첫째임과 동시에 늦둥이로 태어나서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사촌 오빠, 언니들이 많았다. 그래서 조카로, 동생으로, 처제로 참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랐다. 내 실수를 품어주고 용기를 북돋워 주는 사람들이 많은 건 지금도 내가 힘든 일이 있을 때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마냥 사랑받고 자라기만 한 것은 아니다. 나를 예뻐해 주는 사람들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예뻐하는 게 싫어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기보단 언니가 듣고 싶은 말, 오빠가 듣고 싶은 말을 하고 학교에서 사고를 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렇게 지내다가 내가 4살이 되었을 때 동생이 태어났는데 처음엔 작고 귀여워서 많이 예뻐했지만 그건 아주 잠깐이었다. 재가 더 자라고 동생이 조금씩 커가면서 부모님의 관심은 자연스레 동생으로 향했고 내가 받던 사랑과 애정 어린 관심은 단번에 반 토막이 나버렸다. 나는 그게 너무 싫어서 오히려 더 동생을 챙기려고 했다. 맞벌이하는 부모님을 대신하여 동생의 준비물을 챙기고 숙제를 봐주며 간식을 챙겼다. 내가 동생을 챙기면 그만큼 부모님이 동생에게 쏟는 시간이 줄어들고 그 시간을 나에게 써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이런 모습은 내가 아닌 다를 맏이에게서도 공통되게 보일 것으로 생각한다.

이렇게 누군가를 챙기는 일이 나중에는 가족이 아니라 동료, 친구 다른 대상을 상대할 때도 습관이 되어버렸음을 중학생 때 느꼈던 것 같다. 누군가는 성실함을 멋진 자질이라고 표현할지 모르겠지만, 너무 빠르게 나서버렸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일이 매우 많아졌던 때가 있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지만 아무도 하지 않을 때 그 일이 실패했다는 결과를 내기가 싫어서 내가 맡아서 해버리고 만다. 맏딸들은 남다른 책임감과 성실성을 가지고 있고 이런 특성은 효율적 일 처리로 이어진다. 그리고 앞에서 말한 진지함과 보살핌이라는 특징에 대하여 마저 이야기를 해보자.

▲ ⓒ김민주

동생이 태어나기 전과는 다르게 누나가 된 이후 책임감이 생겼고 성격이 조금 더 진지해지게 된 것 같다. 누군가가 나를 평가할 때 나의 책임감을 하나의 요소로 보게 되었다고 무의식중에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맏딸로서, 누나로서 내 행동에 책임감을 느낀 매사에 진지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모두가 만족하는 행복한 상황을 만들고 싶다고 느끼게 되면서 보살핌의 대상이 확대되었다. 주변 사람을 잘 챙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다른 사람에게 비치는 나는 책임감 있고 성실하며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매사에 진지한, 다른 사람을 보살필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면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에 대한 성취의 기준이 너무 높은 걸까?

만약 동생이 없었고 내가 외동딸이라면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이라는 기준이 이 만큼 높아질 일은 없었을 것이다. 내가 맏딸이라서 좋은 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엄마는 모두에게 사랑을 똑같이 나누어 준다고 하지만 동생이 태어나지 않았을 때 그 사랑을 온전히 다 받아본 난 아직도 엄마의 애정이 그립다. 그래서 조금 아쉬운 점은 있지만 좋은 점은 그만큼 아빠랑 더 친하고 유대감을 느낄 수 있게 된 것 같다. 아마 내 동생이 남동생이 아니라 여동생이라면 또 달라졌겠지만.

시골에서 자란 나는 10대의 학창시절을 거의 다 똑같은 친구들하고 보냈다. 그래서 친구 한 명 한 명의 성격을 알고 그 친구의 성격의 장점 단점을 아니까 교우관계에 큰 무리가 없이 잘 지냈다. 그런데 대학에 와서는 처음 보는 사람들과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고, 어린 시절과는 다르게 애정이 없는 사이에서 관계의 기반을 다지려니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학에 와서 개성이 다양하고 많은 성격의 사람들을 만난 것이 내가 가지려는 작가라는 직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고로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지게 된 생각은 맏딸로 태어난 내 성격을 애써 바꾸려 노력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책임감이 과한 것이 마냥 좋은 성격은 아니라고 생각했었지만,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고 지금까지 만난 사람에게도 좋은 사람이었다면 내 성격을 더 활용해서 내가 이루려는 꿈에 도움이 될 수 있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 자신이 누구에게나 친구로 두고 싶고 선배로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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