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 <동물농장>에 담긴 프로파간다

▲ ⓒ 민음사

‘이 소설은 귀여운 동물들이 서로 권력을 잡기 위해 싸우는 내용을 담았다.’

위 줄거리는 당시 10살의 소년이 초등학교 방학 숙제를 위해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을 읽고 독후감에 작성한 내용이다. 10살의 소년은 전체주의와 공산주의를 동물들의 이야기에 빗대어 신랄하게 비판한 조지오웰이 주는 메시지를 알아채지 못한 채, 단순히 이야기에 집중했다. 그 아이는 책에 담겨있던 주제와 메시지, 책을 통해 이해할 수 있는 것을 놓쳤다.

하지만 최근 정치학을 공부하고 있는 그 소년이 읽은 ‘동물농장’은 새롭게 다가왔다. 각 등장인물은 실존 인물을 나타내고 있으며, 대사와 행동 하나하나가 어떻게 민중들에게 영향을 끼치며 그들을 움직였는지 표현하는 비유 한 글자, 한 문장을 알아챘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같은 책이지만 다른 생각을 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배경지식의 차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관련 전공에 대한 수업을 들으며 왕정체제에서 사회주의 혁명 이후 러시아가 무너지면서 소비에트 연합이 탄생하고 붕괴까지 자행되었던 배경을 알고 이 소설을 접하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할 수 있다.

소설 ‘동물농장’을 들여다보면 다양한 인물들이 나온다. 마르크스, 혹은 레닌을 상징하는 메이져 영감부터 시작해서 당시 최고 권력을 쥔 스탈린을 떠오르게 하는 나폴레옹, 말, 양, 돼지로 표현되는 다양한 성격을 가진 민중들을 나타냈다.

그중 주인공은 아니지만 주목하게 되는 인물이 있다. ‘스퀼러’ 라는 캐릭터는 독재자 나폴레옹의 심복으로 ‘마르크스주의’를 상징하는 동물주의를 동물사회에 선전하고 나폴레옹의 집권에 방해되는 인물들을 민중들의 적으로 돌려 농장 밖으로 내쫓는 역할을 한다. 스퀼러는 하나의 인물로 표현되었지만, 당시 사회주의 및 공산주의 선전에 앞장섰던 일간지 ‘프라우다’를 상징한다. 스퀼러의 캐릭터는 프로파간다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의 정도를 알려주는 큰 역할을 한다.

▲ 프라우다(правда) ⓒ위키피디아

프라우다는 공산당의 입으로 불리는 소련의 대표 일간지다. 신문과 라디오 같은 대중매체가 보급되면서 기득권 세력은 매체를 단순히 자신들의 유리한 방향으로 사용했다. 20세기 초 히틀러와 스탈린과 같은 전체주의 세력에 의해 프로파간다로 전락한 언론은 단순히 민중을 향한 이념을 알리는 정치적 도구로써 존재했다. 당시 민중들의 교육과 생활의 질을 살펴봤을 때, 새로운 체제의 등장과 그들이 내세운 프로파간다로 인해 쉽게 받아들여지고 변화했다.

그렇다면 프로파간다는 과거의 잔재물일까.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현대에도 중국과 북한 등, 일당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수많은 프로파간다는 사용되고 있다.

소설 내 메이져 영감의 두개골을 전시하는 것과 동상으로 만들어 내는 것과 마오 쩌둥, 북한의 김일성, 김정일을 신격화하는 것을 비교하면서 보면 이 책이 사회주의에 대한 고찰과 비판에 힘쓰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 좌- 북한의 선전물, 우-대단한 우리나라 ⓒ 위키피디아

위 사진에 2018년 개봉한 ‘대단한 우리나라’는 시진핑 주석의 업적을 보여주는 올해 제작된 대표적인 프로파간다 영화다. 당연하게도 북한에도 프로파간다는 지금까지도 이용되고 있다.

프로파간다는 공산권 사회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이 소설 자체가 자유주의 진영의 프로파간다로 작용했다. 냉전이 지속되던 때, 자국 국민들이 공산주의에 빠지지 않게 하기위해 반공관련 프로파간다를 마구잡이로 뿌려대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똘이 장군’과 같이 문화적으로 이용된 선전물 또는, 전두환 정권 시절 ‘북한이 서울을 물바다로 만들려 한다.’와 같은 북풍을 이용해 국민 모금을 통해 만들어진 ‘평화의 댐’이 대표적이다. 지금에 와서 거짓으로 밝혀졌지만, 당시 정부의 발표 이후 TV를 틀면 63빌딩이 잠기거나 국회의사당이 수몰되는 모형을 보여주고, 교수들의 인터뷰를 통해 그럴싸한 이유로 국민들의 정서를 불안하게 만들어 정치적으로 악용된 사례도 존재한다. 이는 불과 30년 전 일이다.

이처럼 프로파간다는 시대와 진영을 떠나서 대중매체의 발달과 함께 존재해왔다. 미디어가 프로파간다를 만나게 되면 자연스럽게 여론에 영향을 미쳐 손쉽게 이익을 챙긴다. 동물농장의 권력자 나폴레옹은 스퀼러라는 언론을 통해 말하고, 대중을 이용했다. 이는 여타 공산주의 사회뿐 아니라 두 진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언론이 권력과 같은 편에 서게 되는 순간 정치적 도구로 전락하게 됨을 신랄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방학 숙제를 위해 소설을 읽었던 10살의 소년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언론을 공부하고 정치학을 공부하는 학생이 된 소년은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동물농장의 동물들은 스퀼러의 언변에 휘둘려 권력의 동화되어 이용당했지만, 현대의 우리는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미디어를 바라봐야 함을 생각하게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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