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낙태는 ‘불법’이다. 형법 제269조 1항을 보면 ‘①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고 명시 되어있다.

▲ 출처 - 법률신문

2012년 헌법재판소는 ‘낙태 시술한 조신사 등을 징역에 처하도록 한 형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당시 결정문 내용에는 “임산부가 낙태하는 것 자체를 처벌하는 자기낙태죄와 관련해 낙태를 처벌하지 않거나 형벌보다 가벼운 제재를 가하게 된다면 현재보다도 훨씬 더 낙태가 만연하게 될 것"이라며 "자기낙태죄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전제했다. 당시 재판관 4대(위헌) 4(합헌)로 의견이 반으로 나뉘었다. 사회·경제적인 문제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반영해 낙태죄에 대한 폐지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 범위 내에서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허용할까? 모자보건법 제14조(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를 보면, 1.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優生學的)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2.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3. 강간 또는 준강간(準强姦)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 4.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에 임신된 경우, 5.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만 인공임신중절수술이 가능하다. 수술을 하게 될 경우 배우자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배우자가 심신장애로 의사표시를 할 수 없다면 친권자나 부양의무자의 동의로 수술을 할 수 있다. 이 조항을 두고 ‘낙태 비범죄화론’에서 조국 교수는 “부담은 지지 않고 자신의 아이는 갖고 싶은 남성의 이익만을 보호하며,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남성의 동의하에 두어 형해화 시킨다.”고 말한다.
현실적인 상황을 생각하면 임신‧출생‧육아는 온전히 여성의 몫이다. 무엇보다 “여성이 아이를 키우는 것이 더 낫다”는 인식이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암묵적으로 깔려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은 ‘함께’ 하는 것이지만 대부분의 남성은 여전히 ‘도와주는 것’ 이라고 인식한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보호자 즉, 남성에게 귀속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다분히 가부장사회의 폐해가 낳은 법률이며 삭제되어야 한다.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사회‧경제적인 사유도 포함된다. 또한 ‘원치 않은’ 임신으로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를 낳게 되면 미혼모 혹은 미혼부라는 사회적 낙인이 찍힌다. 이에 대한 정부의 사회적‧경제적 지원체계는 미흡하다. 무엇보다 ‘문란한 성생활’, ‘비도덕적인 선택’ 이라는 사회적 시선이 더 괴롭게 한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건 불법 인공임신중절 수술로 인해 여성의 건강권이 침해된다는 것이다. 안전하고 체계적인 환경 속에서 여성의 출생 선택권이 존중된다면, 사회적 낙인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도 줄어들 것이다. 낙태죄를 폐지하면 낙태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논리는 여성의 존재 이유에 대해 ‘출생’ 이라는 한정적이고 편향적인 프레임으로 바라보는 것이며,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지위를 떠나 한 인간의 선택권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다.

▲ 출처 - 한겨레

가톨릭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아일랜드는 국민투표를 통해 낙태죄 폐지를 결정했다. 여성이 원할 경우 임신 12주 이내, 태아의 건강에 문제가 있거나 임부의 건강에 문제가 있다면 12~24주 사이 낙태가 가능해졌다. 우리나라도 낙태죄 폐지에 대한 판단의 기로에 서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낙태죄 폐지는 결코 누구의 생명이 더 중요하다는 논쟁이 아니다. 생명권을 존중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법률이 가진 불평등함과 가부장적 잔재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편견과 낙인을 거두고, 선택권을 존중해달라는 목소리다.

<참고기사>

연합뉴스 「헌재 "낙태 시술 처벌 합헌"(종합)」 2012.08.23.
http://www.yonhapnews.co.kr/society/2012/08/23/0701000000AKR20
120823141100004.HTML

이데일리 「'157년간 낙태금지' 카톨릭 국가 아일랜드도 폐지한 낙태죄」 2018.09.28.
http://www.edaily.co.kr/news/read?newsId=01170966619344712&mediaCodeNo=257

<참고자료>

조국 <낙태 비범죄화론> 2013.09
모자보건법 제14조 - 국가법령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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