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의 아이히만

 

ⓒ네이버 지식백과-1961년 재판을 받고 있는 아이히만

 

 저자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매우 큰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더 자세히는 ‘악의 평범성’이라는 관점이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악이란 그 어떤 상황에서든 인정될 수 없는 잘못된 것으로, 평범성과 연관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악의 평범성’은 단지 악이란 것을 억지로 정당화하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아이히만은 상부의 명령을 따랐을 뿐, 정신 상태가 매우 정상이며 그러한 ‘괜찮은’ 사람이 홀로코스트의 핵심 인물로서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없이 유대인 학살이라는 잔혹한 일을 행했다는 사실을 ‘악의 평범성’으로 설명하고 있다. 앞에서와 같은 저자의 생각으로서는 이와 같은 설명이 이해가 되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상부의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는 말부터 정당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상부의 억압과 가혹한 탄압이 두려워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는 것은 그 당시 상황을 가지고 억지로 정당화하는 것일 뿐이다. 왜냐하면 나치의 명령을 거부하고 저항했던 사람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설명하는 관점에서 보면 이들은 나치의 명령이 부당하다고 인지를 한 전제하에 명령을 거부하고 저항했던 것이다.

 그런데 여섯 명의 정신과 의사 모두가 아이히만의 정신 상태를 ‘정상’으로 판정했다. 그런 정상적이며 평범한 아이히만이기에 본인이 저질렀던 잔혹한 행위에 대해 본인 스스로 그것이 잔혹한 행위인지 전혀 깨닫지 못하고 단지 상부의 명령을 따랐을 뿐인 행동으로 그의 행동을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진정 아주 조금의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못하거나 혹은 자신이 저지른 일이 매우 잔혹하고 부도덕한 행위인지 인식하지 못한 채 단지 상부의 명령을 따른 것인지는 그 자신만이 알고 있을 뿐 진실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헤치기란 어렵다. 이것은 아이히만이 했던 모순된 말에서 단지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는 그의 주장을 의심해볼 수 있다. 그 모순된 말은 바로 다음과 같다. “난 일반적인 명령 수행자가 아니었어요. 만약 그랬다면 난 그저 얼간이에 불과한 거죠. 난 함께 생각했으며 이상주의자였어요.”와 “명령 없이도 그런 일을 했다면 양심의 가책을 받았을 것”이 두 가지 말이다. 전자는 명령으로 인한 행동이 아닌 능동적인 행위였다는 의미를 담고 있고 후자는 단지 명령이 있었기에 행했던 수동적인 행위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와 같이 아이히만 스스로도 그 오류를 내비치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그러나 설령 여기서 말한 관점으로 보아 아이히만의 행위가 그럴 수 있는 것으로 인정된다고 해도 이는 무죄이거나 이해할 수 있는 행동은 아니다. 그것은 가장 기본 윤리에 한참 어긋난 행위이기 때문이다. 가장 기본 윤리라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은 지켜져야 하고 생명은 소중하며 그것을 같은 인간이 앗아가거나 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히만은 이를 어겼다. 그는 유대인인 것을 벗어나 수많은 인간들의 존엄성을 무시하고 그들의 생명까지 앗아갔다. 같은 인간으로서 이러한 행위를 저지른 것에 대해 어떻게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아이히만이 했던 그 잔혹한 행위는 보편적으로 인간이라면 저질러서는 안되며 저지를 수도 없는 행위이다. 이는 결코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되어서도 안되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될 수 없는 상황이며 악은 악일 뿐 평범성과는 매우 모순되어 연결될 수 없다. 다시 말해 그는 단지 악한 행동을 행한 악인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가 정상이며 평범하다는 것은 이러한 행위를 한 자체에 대해서 인정될 수가 없다. 이를 바탕으로 저자는 ‘악의 평범성’이라는 것이 매우 큰 오류라고 생각하고 잘못되었다고 주장하고 싶다. 악은 그 자체로 보편적인 것을 뛰어넘어 특이성을 가지며 결코 평범할 수 없다. 따라서 악을 평범성으로 이해할 수도 이해되어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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