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정치에 관하여 상당히 현실적이면서도 지나치게 냉정한 개념을 담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대하여 상당 부분 동의하는 바이다. 마키아벨리는 정치를 도덕으로부터 분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정치를 도덕 영역과 구분 지어 정치의 독자성 내지 자율성을 이야기한 것이다. 즉, 마키아벨리가 보기에 국가의 안위와 민중의 복리라는 궁극의 목적 실현을 위해서는 수단이 가져야 하는 인간적 가치 내지는 도덕성은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마키아벨리의 의견은 정치적인 부분에 있어서 군주로 하여금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능력을 이야기했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군주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지도자 개인의 도덕보다 정치적 능력이라는 것이다. 군주 즉 나라를 다스리는 위치에 있는 지도자로써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진 민중들을 한데 모아 통일된 강력한 국가로 거듭나기 위해 사사로운 도덕성보다 냉정하고 실제적인 수단으로 확실히 궁극의 목적을 실현하기에 적합한 정치적 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저자의 의견과 일치했다.

 냉정하고 실제적인 수단이 잔인하고 무자비해 보일 수는 있다. 그러나 이는 현실의 문제이며 다수의 민중과 국가의 안위가 걸린 정치적인 문제이다. 때문에 그러한 수단을 도덕성과 연관 지어 잔인하고 무자비하다고 보아서는 안된다. 이는 정치에 있어 궁극의 목적 실현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 생각한다. 덧붙여 앞의 말의 뜻은 도덕성이 결여되었을지라도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도덕성이 결여되어 국가와 민중을 생각하는 그러한 부분에까지 영향을 미쳐 문제가 되는 정치를 행한다면 그는 지도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도덕성이 결여되었을지언정 그가 정치적인 능력이 탁월하다면 또는 그러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그는 충분히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도덕과 정치의 분리는 그 필요성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현재에도 겉과 속이 다르고, 자신의 이익과 정치적 필요를 위해서는 최측근까지도 모함할 수 있는 교활한 정치인상을 언급할 때 자주 인용된다고 한다. 때문에 도덕과 정치를 연결 지어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이다. 그러나 저자는 위와 같은 생각과는 조금 반대되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 도덕은 인간적 가치의 문제이며 이는 인간 개인에게서 우러나오는 마음에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도덕은 인간 개인마다 가지고 있는 그 개념과 정도가 모두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이를 정치와 분리시키지 않았을 때 오히려 객관적이기보다 주관적인 정치가 행해지게 되고 이성적 판단보다 감정적으로 판단을 내릴 수 있으며 이러한 모든 것들은 결국 지도자 개인의 이익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냉정하고 실제적인 수단으로 민중들에게 도덕성이 결여되어 보일지라도 정치의 그 목적을 확실히 실현시키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냉정하고 실제적인 수단이라는 것을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의하면 군주는 필요한 경우 악덕을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과 연관 지어 말할 수 있다. 이 주장을 연관 지어보면 냉정하고 실제적인 수단이 결코 민중들로 하여금 도덕성이 결여된 군주로 보이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이 주장을 문장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문장에서 군주는 필요한 경우 악덕을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필요한 경우와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대목을 보면 저자의 위와 같은 의견을 뒷받침할 수 있다. 필요한 경우는 말 그대로 악덕한 행동이 필요한 경우이다. 악덕한 행동이 필요한 경우에 행해졌을 때, 결코 그를 도덕성이 결여되었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한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은 군주로서 필요한 자질이라는 것이다. 악덕을 행해야 할 때 그에 대한 두려움과 망설임 없이 행할 수 있는 자가 군주라는 것이다. 이처럼 군주는 냉정하고 이성적이어야 하는 존재이고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 수단이 도덕성에 문제가 있을지라도 실행할 수 있는 대담함을 가져야한다. 이로써 군주의 이러한 모습이 결코 민중으로 하여금 도덕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보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