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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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이었다. 사람들이 이상해지기 시작한 건.

나는 취업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29세의 남자다. 군대는 현역으로 다녀왔고 대학에 복학 해 남은 학기를 마저 다니다 졸업했지만 좀처럼 취업이 되지 않아 구직 활동을 하다 겨우 취업을 했다. 대기업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다닐 만했고, 사람들도 좋아 자주 있는 야근도 버틸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내 힘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게 좋았다. 늦게 입사했음에도 월급은 괜찮았다. 가끔 입사 동기인 여자 직원들이 월급이 너무 적다며 투덜거리면 그냥 웃어넘기곤 했다. 뭐, 좀 적긴 해도 혼자 어찌저찌 쓸 만했으니까. 그날도 부장님이 회식을 하러 가자고 해서 좀 피곤하다고 양해를 구하고 집으로 돌아와 맥주 한 캔과 일찍 잠든 날이었다.

“지금이 몇 시지…”

술을 마시면 항상 평소보다 일찍 깨는 나여서, 시계를 보니 원래 일어나던 시간보다 2시간이나 일찍 깼다. 아, 회사 가기 싫다… 침대에 누워 밍기적 대다가 겨우 몸을 일으켜 대충 씻고 조금 일찍 나갈 준비를 했다.

일찍 나왔다고 생각했는데도 바깥의 세상은 분주했다.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버스 정류장으로 도착하니 평소와는 달리 조금 이질적인 모습이 펼쳐졌다. 왜 저 여자들은 다 남자 정장을 입고 있지? 보통은 정장 치마에 하이힐을 신고 있었는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전부 저런 차림이었다. 이상하다 싶어 고개를 갸우뚱하는데 주위에 서 있던 여자들이 나를 기분 나쁘게 훑기 시작했다. 뭐야?

“저기요. 왜 자꾸 쳐다보세요.”
“다리가 참 실하네~”
“예?”

당황스러워 얼굴이 시뻘겋게 뜨거워졌다. 뭐라 더 대꾸하며 화를 내려 했지만 그 여자의 말에 그 정류장에 서 있던 모든 사람이 킥킥 대며 나를 비웃는 것처럼 느껴지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내가 잘못한 일이 아닌데도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이상한 일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만원 버스 안에서 누가 자꾸 은근히 내 몸을 만지는 게 느껴졌다. 아니 이 사람들 대체 뭐하자는 거야? 불쾌함을 표현하려 고개를 돌리자 창 밖을 바라보며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사람들만이 있었다. 누가 방금 내 허벅지를 만진 거냐고 화를 냈지만 내게 돌아오는 건 사람들의 도움이 아닌 ‘시끄러우니까 조용히 좀 해요.’라는 핀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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