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시나리오

▲ ⓒ예거 스쿨트루 공식 홈페이지

 

“뭐라고, 강정훈?”
 

영화소리에 묻혀 정훈이의 말이 잘 들리지 않았다. 목소리를 들으려 조금 더 옆으로 고개를 기울인 순간―


“미래에서 만나러 왔다고.”


정훈이에게 어깨가 잡혀 몸이 끌어당겨졌다. 미래에서? 누구를? 나를? 그 말을 들은 순간부터 머릿속이 온통 혼란스러워 영화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머리를 아무리 굴려 봐도 한 번 멈춰버린 사고회로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영화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고 멍하니 스크린만 바라보다 지희에게 이끌려 영화관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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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박다현!”


정신을 차려보니 집으로 가는 길목을 강정훈과 걷고 있었다. 지희는 영화관 앞에서 헤어진 것인지 보이지 않았다. 가만히 생각에 빠져있던 나는 궁금함을 이기지 못하고 강정훈에게 말을 걸었다.


“너도 시간여행을 한 거야? 나를 만나려고? 영화는 어떻게 된 거야? 나는 왜 만나려는 거야?”


강정훈은 폭포처럼 쏟아지는 내 질문에 푸스스 웃음을 흘리곤 나를 내려다보며 하나씩 찬찬히 대답했다.


“나도 미래에서 왔어. 너를 만나려고. 나 때문에 시간이 꼬여버려서 영화가 일찍 개봉했어. 덕분에 너도 미래에서 여기로 온 것 같고.”


잠시 숨을 고른 강정훈은 마지막 대답을 덧붙였다.


“...여기로 오면 너랑 시작할 수 있을까봐서.”


그 말을 끝으로 우리는 잠시 말이 없었다. 침묵 속에서 익숙한 길을 걸었다. 열 걸음 즈음 걸었을까, 손끝에 느껴지는 온기에 놀라 강정훈을 올려다보니 얼굴을 붉히며 내 손을 잡아왔다. 마음에 온통 봄바람이 불었다. 마주쳤지만 닿지 못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이리저리 꼬인 운명의 길을 달려 결국 되돌아와서야, 우리는 만났다.


수줍어하는 옆모습이 어린아이 같아 나도 모르게 웃어버리고 말았다. 아무런 생각도 하기 싫었다. 따뜻한 손을 맞잡고 길거리를 걷는 지금이 행복할 뿐이야. 시간 따위 꼬이든 말든 될 대로 되라지.


‘우리’는 이제 시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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