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시나리오

▲ @곽미소

배게에 얼굴을 파묻고 펑펑 울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나보다. 눈을 떠보니 휴대폰에서는 12:40 시간을 가르키는 숫자와 05월09 날짜를 가리키는 그 숫자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 후...."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고 ,

 

" 시간 쓸떼없이 잘가네 "

 

허공에 대고 짜증을 부렸다. 그렇게 휴대폰을 끄려고 하는 순간 딱딱하게 내 뇌리를 스쳐지나가는 0508이라는 숫자가 떠올랐다. 바로 어버이날. 내가 엄마한테 소리지르고 싸웠던 어제, 그 날이 바로 어버이 날이었다. 다른 날도 아닌 어버이날. 나는 무색하게도 부모님께 안부전화는 못드릴 망정 미련하게 화만 내고 뚝 끊었다. 어제가 어버이날이라는 것도 모르고 말이다. 바보같이.

 

휴대폰을 들었다. 이 시간에 방바닥에 이불 하나 펴놓고 잠들어있을 엄마를 생각하니 마음 한켠이 찡했고 010을 누르고 9까지 눌렀는데 엄마 번호가 떴다.

 

'사랑하는 우리엄마'

 

나도 참 미련했다. 사랑하는 우리엄마라고 저장해놓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짜증만 내고 말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글로만 사랑하는, 사랑해 우리엄마 라고만 끄적였지 한번도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한번도 한적이 없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 하지못하면 그게 과연 사랑하는 게 맞을까?

 

자고 있을 엄마를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그 날 꿈을 꾸었다. 엄마가 어린 나를 무릎에 앉혀놓고 노래를 불러주는 꿈이었다.

 

눈을 떠보니 어느새 아침이 밝았고 휴대폰을 켜보니 사랑하는 우리엄마한테 문자가 와있었다.

 

' 딸 엄마가 미안해. 우리 딸이 힘든지 모르고 엄마는 딸 얼굴이 보고 싶어서 내려오라고 투정만 부렸네. 엄마가 많이 미안해. 우리딸은 어디서든지 잘할꺼라 믿어. 엄마가 많이 사랑한다. 우리 딸. 우리딸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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