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시나리오

ⓒ예거 스쿨트루 공식 홈페이지

길고 긴 구멍을 나왔을 때 내 눈앞에 펼쳐진 건 내 침대의 포근한 이불이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침대 속을 나와 휴대폰을 보았다.
5월 1일 8시 40분 토요일
내가 잠시 꿈을 꾸는 걸까? 2014년 5월 1일이라는 숫자가 믿기지 않게도 나의 휴대폰에 있었다.

“엄마, 엄마, 엄마”

급히 내려가 엄마를 찾았지만 출근을 한 뒤인지 엄마는 보이지 않았다. 휴대폰 연락처에서 지희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신호음만 계속됐다.

“야 오늘 2시에 만나기로 한 거 파투 내면 안됨”

“뭐래, 야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지금이 진짜 2014년이야?”

“네가 정말 뭐래, 그럼 2010년이겠냐? 정신 차려”

심장이 멎는 느낌이었다. 고등학생을 끝으로 자유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야 좀 더 일찍 만나. 나 할 말 있어”

지희와 나는 카페로 들어갔고, 나는 내가 단시간 동안 겪은 얘기를 이야기했다. 지희는 처음에는 의아해하더니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 시간 여행이 아니냐며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답답한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했다. 지희와 긴 만담을 통해 깨달은 거라고는 그냥 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더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을지 누가 아냔 말이다.
이런저런 고민을 안고 엘리베이터에 탔을 때 꽤 훈훈하게 생긴 남자애가 탔다. 꽤 익숙한 얼굴에 뚫어져라 보다, 고등학교 이맘때쯤 이사 온 애가 떠올랐다.

“강정훈?”

머리로 생각한다는 게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안녕, 너 박다현이지?”

“어…”

어색한 침묵 속에 타이밍 맞춰 엘리베이터가 멈춰 섰다. 내 이름을 알고 있었다. 순간 날 좋아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잠깐 해버렸다.

“잘 가”

잘생긴 미소를 날리며 먼저 옆집으로 들어간 강정훈을 바라보다 엘리베이터 문에 머리를 박고 말았다.

다음날 강정훈은 우리 옆 반으로 전학을 왔고, 지희는 잘생겼다며, 주책을 떨었다.

“진짜 잘생겼다. 학교가 환해진 거 같아”

“쟤 우리 옆집이더라”

“대박...나 언제 너네 집 놀러 갈까?”


한창 수다를 떨다 이번에 새로 개봉한 영화 얘기가 나왔다. 시간여행 영화였다. 시시하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지희는 내가 미래에서 온 이유를 알 수 있을 거라며 영화를 봐야 하는 10가지 이유를 읊었다.

학교가 끝나고 반을 나서는데 강정훈이 있었다.

“집에 같이 가자”

지희와 나는 이상한 사람을 쳐다보듯이 강정훈을 봤다. 대뜸 집에 같이 가자니

“내가 영화 보러 가기로 했거든, 미안”

내가 얼버무리자 지희가 한마디 거들었다

“정훈아 너 영화 보고 다현이랑 같이 가!”

지희의 그 한마디 덕분에 우리 셋은 영화관에서 앉아 영화를 봤다. 영화 도입부가 눈에 익었다. 본 거 같은 익숙한 했지만 설마 아니겠지라는 생각으로 영화를 봤다. 영화는 내가 어제 본 영화임이 틀림없었고, 내용, 전개, 배우는 흡사한 정도가 아니라 똑같았다. 나는 꽤 당황스러웠다. 눈을 비비고 볼을 꼬집어봐도 어제 내가 본 시간여행 영화와 똑같았다. 재개봉 영화였나라는 생각을 했지만 어제 영화를 검색했을 땐 분명 2018년 첫 개봉이었다. 혼자 깊은 생각에 빠진 나에게 정훈이가 말을 걸었고 동시에 영화 속 남주인공의 대사가 흘러나왔다.

“널 만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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