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시나리오

▲ ⓒ예거 스쿨트루 공식 홈페이지
 
 
 
 
 
“미래에서 기다릴게.”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한 번쯤은 봤다는 유명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이다. 평소 만화를 잘 보지 않는 나지만 요즘 대세라는 한 인기 남배우의 패러디로 곳곳에서 난리인지라 안 볼래도 안 볼 수가 없었다.
흔하디 흔한 시간여행 설정. 대체 저기서 무슨 설렘을 느끼는 건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정확히 몇 년 후인지도 안 말하면서 무슨 대책없이 미래에서 기다리래?
지루한 한숨을 내뱉고 이미 몇 번도 더 본 영화를 끄고 침대에 누웠다. 시간 여행. 과학이 이렇게나 발전한 시대에도 절대 풀지 못한 수수께기 중 하나다. 그러다보니 어느덧 인류에게 시간 여행은 우주 탐험과 같은 영원한 갈망이 되어버렸다.
나는 절-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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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제 그 영화 또 봤어! 진짜 볼 때마다 너무 설렌다, 야. 나도 타임 워프 해봤으면...”
“시간 여행하다 영영 못 돌아와보고 그런 소리 해라.”
“뭔 말을 그렇게 하냐? 하여튼 너는 너무 부정적이야.”
 
얼마전부터 계속 시간 여행, 시간 여행 하고 노래를 부르고 다니는 지희다. 얘 다른 건 다 좋은데 자꾸 이렇게 허무맹랑한 꿈 꿀 때면 가끔 한심하단 말이야...
아침부터 귀찮게 자꾸 옆에서 쫑알대는 지희의 말을 대충 넘기곤 강의 건물로 들어갔다.
 
“엥? 여기 공사하네?”
“진작 하지. 우리 건물만 맨날 쓰러지기 일보직전이었잖아.”
 
평소답지 않게 소란스럽다 했더니 건물 안에선 공사가 한창이었다. 꼭 와르르맨션 같은 건물이었는데 이제야 고친다니. 그냥 건물 하나를 새로 짓는 게 빠르겠단 생각을 하며 혀를 차곤 강의실로 걸음을 옮겼다.
 
“아!”
“헐. 괜찮아?”
 
천장을 어디까지 뚫은 건지 시멘트 조각 하나가 머리 위로 떨어졌다. 뭐야, 찝찝하게... 머리 위를 손으로 탁탁 털어내는데도 어째 하얀 가루는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아 열받아... 나 화장실 좀 갔다올게.”
 
본체 움직이는 걸 싫어하는터라 불필요한 움직임은 딱 질색하는 나였는데 이건 뭐 새똥을 맞은 것도 아니고 어쩔 수가 없었다. 한숨을 폭 내쉬고 화장실로 들어와 물로 정수리를 박박 씻었다. 축축해진 머리 윗부분 때문에 신경질이 아주 제대로 나버렸다. 이런 건 뭐 어디다 건의를 해야 하나, 단과대 학생회실에 말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며 화장실을 나와 한창 공사중인 복도를 다시 지나쳤다. 이미 강의는 시작했는지 복도는 조용했고 인부들도 사라져 조용했다.
천천히 들어갈까. 강의실로 가던 발걸음을 돌려 계단쪽으로 갔다. 여기 뭐 이렇게 구멍이 많아? 인상을 찌푸리며 발을 여기저기 옮겨 걷다 그만 작은 조각에 걸려 그대로 구멍에 쑥 빠지고 말았다.
 
“악!”
 
제대로 된 비명 한 번 못 질러보고 구멍으로 빠진 나는 이게 학교 건물 공사가 맞나 싶을 정도로 깊은 구멍으로 빠지고, 빠지다 정신이 아득해질 때쯤 엉덩이에 통증과 함께 다 떨어졌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여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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