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시나리오
“야 인턴!”
오늘도 어김없이 부장님이 나를 찾으시는 소리가 들린다.
미친 듯이 앞만 보고 달려와 취업에 성공했지만 아직 인턴인 나는 불안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네!”
“야, 너 이거 똑바로 한 거 맞아?”
“네..”
“근데 왜 하나도 안 맞아!”
“죄송합니다.”
“죄송하다고 하면 다야? 지금 이게 몇 번째인지 알아?”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는 말 좀 제발 그만 좀 하자 어? 처음부터 똑바로 해오면 이럴 일도 없잖아.”
“네! 다시 해오겠습니다.”
“똑바로 좀 하자 똑바로”
매일 듣는 소리지만 여전히 혼나는 건 적응이 되지 않는다.
풀이 죽어 내 자리로 돌아온 나는 책상에 그대로 엎드려 버렸다.
그때, 문자 알림음 소리가 들렸다.
‘야.. 나 과장한테 또 욕먹음ㅠㅠ’
나랑 비슷한 시기에 회사에 취업한 친구였다.
주변에 아직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들도 일찍 결혼을 한 친구들도 있지만 요즘은 이 친구와 제일 공감이 많이 가서인지 소통도 자주 하고, 서로 의지하며 지낸다.
‘나도ㅠㅠ 다시 해오라는데 뭘 고쳐야 하는지 모르겠어..’
‘야, 이따가 퇴근하고 맥주 한 잔?’
‘콜’
나는 친구와 퇴근하고 마실 시원한 맥주 한 잔을 생각하며 다시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렸다.
여기저기서 나를 부르고 나는 달려가고, 복사기 앞에 멍하니 서있기를 반복하자 퇴근시간이 다가왔다.
나는 이리저리 눈치를 보며 사람들이 다 나가자 그 뒤를 따라 나갔다.
오늘 하루도 억지로 웃음을 짓고, 이리저리 불려 다닌 나에게 선물을 한다는 생각으로 친구와 만나기로 한 맥주집으로 향했다.
맥주집에 들어가자 친구가 반갑게 손을 흔들며 나를 반겨주었다.
“야아~ 여기 여기!”
우리는 자리에 앉자마자 안주도 시키지 않고 바로 시원한 맥주 2잔을 주문했고, 맥주가 나오자마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벌컥벌컥 들이켰다.
“역시 이거지!”
“이거지!”
우리 둘은 서로 다시 한 번 잔을 부딪치며 웃었고, 각자의 회사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 맞장구를 쳤다.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하다가 내일 출근을 위해 서로 아쉬운 작별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눕자 오늘 하루의 피로와 술기운이 몰려와 몸에 힘이 풀렸다.
나도 모르게 눈이 감기려 할 때, 전화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고 나는 짜증이 몰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