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사탕

▲ 출처: Youtube

 유치원생 하라는 회사 일로 바쁜 아빠와, 부모의 역할을 대신 해주며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언니와 셋이 살고 있다. 유치원에서 아빠 참여 수업을 진행 한다는 알림장을 보고 언니는 바쁜 아빠 대신 참석하겠다고 말하지만, 하라는 아빠와 함께 가고 싶어 한다. 하라는 아빠에게 참여 수업을 같이 가달라는 의미로 유치원에서 받아쓰기 시험 100점을 받으면 상으로 주는 막대사탕을 예쁜 컵에 모은다. 하라의 ‘참 잘 했어요.’ 스티커 판에 알록달록 스티커가 늘어갈수록 예쁜 컵에 사탕도 함께 모여 간다. 드디어 하라가 좋아하는 막대사탕이 가득 모였고, 하라는 야심차게 아빠에게 컵을 내밀었지만 아빠는 ‘우리 하라 많이 먹어.’ 라는 말과 함께 전화를 받고 급히 일을 하러 나간다. 아빠가 전화만 받으면 일 때문에 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하라는 다음 날, 아빠의 휴대폰을 자신의 침대에 숨겨 아빠의 출근을 방해한다. 하지만, 언니가 건 전화에 벨소리가 울리고 하라의 도둑질 아닌 도둑질이 들통 난다. 그동안 열심히 모아온 칭찬 스티커가 다 회수되었고, 속상한 하라는 아빠의 하얀 와이셔츠에 물감으로 ‘아빠 미워’ 라는 낙서를 한다. 언니에게 혼나는 하라는 울면서 그동안 참아왔던 감정을 솔직하게 말한다. “아빠는 왜 맨날 일만 해?” 하라의 속마음을 알게 된 가족들은 미안한 마음을 하라에게 직접적으로 전하지 못한다. 다음 날, 아빠 참여 수업이 있는 날 아침. 하라는 잠에서 깨 언니와 아빠의 대화를 듣는다. 대화 내용은 아빠가 회사를 하루 빠지게 되었다는 것. 하라는 활짝 웃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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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에서 하라의 말투는 다른 어린 아이들에 비해 당차고 어른스럽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언니에게 한 마디도 지지 않고 대답하는 하라가, 아빠에게 사탕을 주며 능글맞게 “넣어 둬~”라고 말하는 하라가 가족들 눈에는 어른스러워 보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하라는 6살 유치원생이다. 걸을 때는 앙증맞게 묶은 양 갈래 머리가 깡충깡충 뛰고, 공부하는 중이니까 언니 먼저 자라고 하고서는 공책에 ‘사과’라는 단어를 연필로 꾹꾹 눌러 쓴다. 심지어 어린 하라가 아빠의 마음을 사기 위해서 모은 것은 다름 아닌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막대사탕이다. 아빠에게 그 마음을 거절당한 하라가 사탕을 고사리 같은 손으로 만지작거리는 장면과, 복수랍시고 와이셔츠에 물감으로 ‘아빠 미어’ 라고 낙서하는 장면은 귀여워서 웃음이 나면서도 마음이 찡해진다. 하라가 울며불며 진심을 이야기 한 후의 가족들의 표정에서 미안함과 씁쓸함이 함께 드러난다. 아빠가 오기 전 예쁘게 단장할 때 입었던 하라가 아끼는 노란 원피스가 아빠 참여 수업 날 아침에도 꺼내어 져 있다. 아빠가 유치원에 같이 갈 수 있다는 언니와 아빠의 대화에 신이 나 그 원피스를 기분 좋게 입었을 하라를 상상하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질 것만 같다. 영화를 보기 전, 왜 제목이 ‘아빠, 사탕’ 일까 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자마자 알 수 있었다. 하라가 가장 좋아하는 두 가지였다.

▲ 출처: Youtube

 조그맣고 귀여운 하라의 모습에 영화를 재밌게 볼 수 있었지만, 영화를 곱씹을수록 기억나는 건 하라의 언니였다. 나도 나이 차이가 꽤 나는 여동생이 있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몇 가지 있었고, 영화를 두 번째 재생했을 때는 하라 언니의 관점에서 보게 되었던 것 같다. 먼저, 하라가 휴대폰을 몰래 숨기고 와이셔츠에 낙서를 해 혼낸 후, 밤에 침대에 함께 누워 미안하다는 말도 못하고 하라의 눈치를 살피는 부분이었다. 하라에게 부족한 부모의 자리를 채워주기 위해 하라의 하원 후에 알림장도 봐주고 칭찬 스티커도 붙이게 해주는 자상한 언니지만 속이 상할 대로 상해버린 동생의 마음을 제대로 보살펴 주기에는 언니도 어렸다. 아이를 훈육한 후의 밀려오는 미안함은 부모가 감당하기도 힘든 것인데 제대로 된 사회생활도 경험해보지 못한 언니가 하라에게 미안하다고 제대로 말 하지 못하는 장면은 공감이 되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또, 마지막에 아빠가 회사를 하루 쉰다는 말에 하라의 언니는 제일 먼저 아버지의 일을 걱정하지만, 아빠가 “하라 유치원 끝나고 다 같이 엄마 보러 가자.” 는 말에는 “아싸~” 하며 어린 하라 마냥 좋아하기도 한다. 언니도 결국은 아빠의 어린 자식이었을 뿐 하라처럼 어른스러운 ‘척’을 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 사회에서 바쁘게 생활하는 부모의 모습을 어린 아이의 관점에서 바라본 ‘아빠, 사탕’은 아이를 둔 부모 뿐 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공감을 살 수 있을 내용이었다. 어른스러운 척 아빠를 기다렸던 하라와 하라의 언니처럼 우리 주변에서도 누군가 바쁜 우리를 기다려주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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