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오데오

많은 축구팬들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논란을 일으킨 로이 킨의 '키노게이트' 사건에 대해서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사건은 킨 본인이 경기에 열심히 임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존 오셔와 리오 퍼디난드, 키어런 리차드슨, 대런 플레처, 앨런 스미스를 공식 석상에서 "스타도 아닌 것들이 거드름을 피운다."라며 거세게 비판한 사건이다.

최근 K리그에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다. 주인공은 울산 현대의 수비수 김창수(33)다. 지난 겨울 이적시장에서 '대구대학교의 자랑' 최규백, '호랑이 셀레브레이션 창시자' 이종호와 함께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의 잔디를 밟은 김창수는 시즌 초 팀의 부진한 경기력 때문에 비판을 받기 일쑤였다. 그런 김창수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파문을 일으켰다.

때는 4월 말이었다. 가시마 앤틀러스와 전남 드래곤즈로 이어지는 홈 경기 2연전에서 0-4와 0-5라는 치욕적인 결과로 패배한 울산은 처용전사의 응원 보이콧까지 받으며 극단적인 상황까지 치닫는 것으로 보였다. 울산이 대패한 2연전을 제외하고도 이전의 경기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건 마찬가지였다. 부임한 지 얼마 채 지나지 않은 김도훈 감독의 경질설도 나돌기 시작했다.

김창수가 나섰다. 김창수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큰 마음을 먹은 듯 입을 열기 시작했다. 김창수는 "현재까지 축구를 해오면서 연속으로 4-0, 5-0으로 진 건 처음이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경기에 열심히 임했다. 음… 인터뷰에서 선수의 실명을 거론하는 것은 실례라고 생각하므로 말하지 않겠다. 하지만 일부 선수들은 연속적인 대패에서 무언가 크게 느껴야 한다. 경험이 있는 선수와 없는 선수의 차이를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선수라면 기본적으로 해야 할 것이 있다. 우리 선수 구성이 모자란 게 절대 아니다."라며 일부 선수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창수의 이러한 인터뷰 이후 익명의 일부 선수들은 실제로 경기에 거의 출전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때부터였다. 김창수는 부동의 우측면 수비수 주전 선수였던 정동호를 제치고 단단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주전을 꿰찼다. 울산은 귀신 같이 9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달렸다. 드디어 모든 선수들이 하나가 돼 경기에 임하는 것처럼 보였다.

 

▲ ⓒ울산 현대 축구단 공식 홈페이지

울산은 선수들의 거침 없는 대활약에 힘입어 전북 현대 모터스에 승점 3점 뒤진 K리그 클래식 2위를 수성하고 있다. KEB 하나은행 FA컵에서는 시즌 자체적으로 1패도 기록하지 않았던 말컹의 경남을 상대로 승리하며 8강에 진출했다. AFC 챔피언스리그는 비록 탈락했지만 처용전사들은 다시 한 번 앞서서 울산의 선수들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울산은 거침 없이 달리고 있다. 많은 축구팬들은 울산이 '창수게이트'를 시작으로 9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김도훈 감독과 함께 12년 만에 K리그 클래식 우승을 거머쥘 수 있을지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한편 울산은 다가오는 21일 수요일 7시 30분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K리그 클래식 15라운드 홈 경기를 치른다.

울산 현대의 9경기 연속 무패행진 일지

K리그 클래식 8라운드 vs 인천 유나이티드(A) 2-1 승/득점자 : 오르샤, 김인성

K리그 클래식 9라운드 vs 대구(H) 1-0 승/득점자 : 이종호

K리그 클래식 10라운드 vs 수원 삼성 블루윙즈(A) 2-1 승/득점자 : 김승준, 리차드

AFC 챔피언스리그 E조 6차전 vs 브리즈번 로어(H) 3-2 승/득점자 : 영(OG), 남희철, 김용진

K리그 클래식 11라운드 vs 전북 현대 모터스(H) 0-0 무

KEB 하나은행 FA컵 16강전 vs 경남(A) 2-1 승/득점자 : 이종호, 박용우

K리그 클래식 12라운드 vs 전남 드래곤즈(H) 1-0 승/득점자 : 오르샤

K리그 클래식 13라운드 vs 서울(A) 0-0 무

K리그 클래식 14라운드 vs 포항 스틸러스(A) 2-1 승/득점자 : 이종호, 김승준

총 : 9경기 7승 2무 0패 13골 6실점 4클린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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