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에도 형태가 있다.

▲ⓒ‘목소리의 형태’ 영화 포스터. 네이버 영화, 에이블 뉴스

 

떠들썩한 중학교 교실에 여학생이 전학 온다. 선생님은 여학생(니시미야 쇼코)에게 자기소개를 권유한다. 모든 학생의 호기심 어린 눈빛을 한 몸에 받은 쇼코는 자기소개를 시작한다. 종이를 통해서 말이다. 쇼코는 미리 소개말을 적어둔 공책을 넘기며 자신을 친구들에게 알린다. 새로운 전학생이 청각 장애인이라는 사실에 놀라고 신기해하는 아이들. 전학생과 청각 장애인. 같은 반 친구들과 어울리기 힘든 조건은 모두 갖춘 쇼코는 평범한 학교생활을 보낼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쇼코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학교를 그만둔다. 중2병이라는 말이 있듯이 아직은 어린 정확히 말하자면 생각이 어린 보통 사람들의 중학생 시절은 다른 사람의 시선과 감정, 공공이라는 개념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나의 즐거움, 나의 행복만을 추구한다. 쇼코가 전학 온 그 날. 쇼코와 같은 반 친구들은 따분하고 지루한 일상에서 신기한 장난감을 발견한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나쁜 마음이 아녔다. 순수한 마음으로 수업시간 필기를 도왔으며 귀찮지만, 종이에 적어 서로 이야기도 하며 누가 보아도 ‘착한 친구들’ 이였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 중학생이었던 것이다. 매번 종이에 쓰기는 귀찮고 내 것도 필기한 시간이 없는데 쇼코의 필기까지 하는 것은 귀찮은 일이다. 아이들은 점점 쇼코를 피하기 시작했고 그런데도 쇼코는 그들에게 다가가고 끝까지 친구라 여겼다.

 

 

▲ⓒ네이버 영화 포토

 

매일 똑같은 일상. 하기 싫은 공부. 하지만 가지 않으면 안 되는 학교. 학교 안에서 재밌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까. 하루하루가 지루한 한 남학생(이시다 쇼야)에게 새로운 일이 일어났다. 매일 보는 똑같은 반 친구들. 변함없는 우리 반에 새로운 전학생이 왔다. 저 애는 누굴까 하며 관심 있게 보는 쇼야는 이내 쇼코의 자기소개를 듣고 놀란다. 쇼코는 듣지 못하는 청각 장애인이다. 듣지 못하는 새로운 전학생. 흔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쇼코가 듣지 못한다는 사실은 쇼야 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같은 반 여자인 친구들은 쇼코랑 잘 어울리는 것 같았고 남학생인 쇼야랑 쇼코가 함께 할 일은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점점 여자아이들이 쇼코를 피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왕따를 당하나 보다. 쇼야는 이내 쇼코에게 노력하지 않으면 친구들이 놀아주지 않을 거라 충고한다. 그런 쇼야의 말에 수화로 “너랑 나랑은 친구”라고 말하는 쇼코. 쇼야는 모래를 뿌리며 거부한다. 아이들의 왕따는 더욱 심해지고 그들의 무리에서 떨어져 나가기 싫은 쇼야는 앞장서 쇼코를 괴롭힌다.영화를 보며 왕따를 시키는 수단과 방법에는 한계가 없는지를 느낀다. 또 사람이 얼마나 나빠질 수 있는지 새삼 깨닫는다.

 

쇼야가 학교를 그만두고 담임 선생님은 학교폭력의 가해자를 찾는다. 함께 괴롭혔던 친구들은 쇼야를 배신하고 쇼야만 쇼코를 괴롭혔다고 말한다. 결국, 쇼야는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전락한다. 쇼코가 당했던 모든 괴롭힘을 똑같이 당하는 쇼야. 그는 바뀐 상황에서 쇼코를 생각하며 진심으로 미안해한다. 우연히 수화를 배우러 간 학원에서 쇼야는 쇼코를 보게 되고 사과를 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웬 어린 남자아이가 중간에서 이를 막는다. 많은 일이 일어나는 동안 시간은 지났고 그들은 고등학생이 되었다. 쇼야는 중학생 시절의 일로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다.

 

 

▲ⓒ(주)콘텐츠게이트, 오 마이 뉴스

 

이는 애니메이션 속 주변 인물들의 얼굴이 엑스자 문자로 표현된다. 쇼야가 마음의 문을 열 때마다 그 문자는 사라져 원래의 얼굴로 나타나지만, 다시 마음의 문이 닫혔을 경우 다시 엑스자 문자는 나타나 얼굴을 대신한다. 사람에게 믿음을 져 버리고 마음을 문을 닫은 쇼야 에게 어떤 진정한 친구가 생기고 이를 계기로 쇼야는 사람들을 제대로 보기 시작한다. 우열 곡절 끝에 쇼야는 결국 쇼코를 만나 사과하게 되고 수화로 말하는 쇼야에게 쇼코는 감동한다.

 

바뀐 상황에서 쇼야의 마음은 쇼코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 다르지만 같은 이유로 힘들었을 것이다. 세상과의 단절이 이유가 아닐까. 듣지 못한다는 이유로 겪어야 한 괴로움. 친구를 괴롭혔단 이유로 괴롭힘 당하며 죄책감을 느끼고 겪어야만 했던 괴로움. 이 모든 것은 다수의 힘이 아닐까. 누군가를 괴롭혀야만 누군가가 괴로워야만 내가 즐겁고 즐거움을 느끼는 사회에 피해자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네이버 영화 포토

 

영화는 전반적으로 왕따와 청각 장애를 소재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주인공들의 세밀한 감정에 집중하여 그들의 아픔과 희망을 표현한다. 그림체와 표현 모두 좋았으나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스토리 속 인물의 행동이라고 할까. 은근히 쇼코를 함께 괴롭혔으면서 착한 척 아무 잘못 없는 척하는 그 행동이 영화 흐름에 집중 안 되었다. 영화를 보며 이 인물이 누구인지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왕따와 청각 장애를 소재로 한 영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의 선입견과 과거를 돌아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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