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회 칸 영화제의 초청작으로 화제가 된 <악녀>는 지난 8일 개봉해 국내 관객들의 많은 관심과 기대를 샀다. 하지만 개봉 이후, 관객의 반응은 냉담하기 그지없었다.

 

그 이유는 <악녀>의 캐릭터에 있었다. 현재 페미니즘에 관한 논의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는 그동안 스크린에서 ‘여성’이 중심이 되는 영화들을 잘 만나볼 수 없었다. 멋있는 여성 캐릭터에 대한 갈증 상황에서 ‘여성’이 주인공인 <악녀>는 관객들의 갈증을 해소해주지 못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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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만감이 교차하기도 한다. 나조차도 그러했으니. ‘드디어 여성이 남성 중심적인 영화판 속에서 주인공도 해보는구나’라는 한국 영화의 고정적인 성 관념에 대해 진일보 적인 발을 떼었다는 생각과 함께, ‘여성 캐릭터를 모성과 남성에 대한 미련으로 점철해 영화 제목인 악녀치곤 너무나도 머뭇거리는 구린 캐릭터’를 보고 적잖은 실망을 했을 것이다.

 

대부분 영화에서 남성 캐릭터들은 영화에서 어떤 미련과 트라우마가 있을 때 혼자 해결하고, 이겨낸다. 하지만, 여성 캐릭터들은 거기 하나에 목을 매며 울고불고 하는 캐릭터들이 생각해보면 너무나 많다. 왜 여성은 문제를 혼자 해결할 수 없는가? 또는 미련과 트라우마에 속박되고 갇혀 있는가? 생각해보면 너무나 당연한 문제다. 세상은 그렇게 남성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액션스쿨 1기 출신이라는 감독답게 액션 신을 어떻게 담고 싶은지 화면에 너무나도 잘 녹아있었기 때문에 나로서는 별 할 말이 없다고 하지만, 여성 중심 느와르라고하기엔 아직도 사랑에 절절매는 캐릭터를 못 잃겠는 감독의 고릿적 서사가 정말 아쉽다. 그렇다고 아주 실망스러운 건 아니다. ‘여성’인 주인공을 쓸 때 성적 대상화를 하지 않고 그저 액션에만 힘을 쏟았다는 건 어쩌면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직은 ‘여성’ 캐릭터가 모성과 미련에 멈춰있다고 해도, 앞으로 영화에서 ‘여성’을 어떻게 담아내는지는 관심과 기대를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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