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자와 죽는자

▲ 퀵 앤 데드

감독 / 샘 레이미

출연 / 샤론 스톤(엘런 더 레이디), 진 핵크만(존 헤롯)

장르 / 드라마, 멜로/로맨스

 


 

 드넓은 황야를 가로질러 자신의 목적지인 리뎀션에 도착한 엘런. 그녀는 자신이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흔치않게 중절모를 쓰고 허리춤에 권총을 매달아 놓는 등 제법 카우보이 다운 행색을 하고 있다. 영화는 언뜻 보기에도 관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장치로 사용한 도상들로 인해 ‘서부극’이라는 것을 쉽게 알아챌 수 있었지만, 여타의 다른 많은 영화들과는 달리 여성을 주인공으로 배치해 놓은 점에서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다. 

 

▲ 퀵 앤 데드

 

 리뎀션은 거친 곳이었다. 그녀가 그곳에 도착하기 전 들린 마을의 공동묘지에는 보란 듯이 목이 매어진 사람이 나무에 달려 있었고, 마을은 매춘부와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난무했다. 리뎀션에서의 여성 인권이 바닥을 치고 있음을 증명해주기라도 하듯 그녀가 방을 찾아 여관을 들어갔을 때는 여관 주인이 엘런이 ‘여자’임을 확인한 후 별다른 확인도 없이 “매춘부는 필요 없어. 옆집을 알아봐.”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녀는 이 세계의 사람들과는 다른 사람이었다. 고작 매춘 같은 것을 하고자 마을에 온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복수심에 가득 차 있었다. 존 헤롯을 처치하기 위해 그녀는 이곳에 도착했다. 헤롯은 이 지옥 같은 리뎀션의 통치자였다. 그는 목숨을 부지하게 해준다는 명목하에 마을 세금의 50%를 착취하고 악당들의 우두머리로 군림하는 등 리뎀션을 무법천지의 마을로 만든다. 그리고 이런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해 거대한 상금을 걸고 목숨을 건 총 쏘기 시합을 열어 많은 총잡이들을 제거한다. 엘런은 헤롯에게 복수의 총알을 꽂고자 이 무모한 시합에 참가한다.

 

 

▲ 퀵 앤 데드

 

 시합이 시작되고, 무조건 이긴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이상한 규칙에 의해 시계탑의 분침이 12를 가리키는 순간마다 시합에 참가한 사람들이 죽어나갔다. 영화 <퀵 앤 데드>는 다른 서부극들과는 달리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치열한 결투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이 마을에서, 이 영화에서 승자와 패자는 단 한 방의 총알로 나뉘었다. 대신 영화는 시계탑의 시계추 소리의 반복과, 총 소리가 울려 퍼진 후 관객들이 대결의 결과를 알기도 전에 서로 총을 겨눴던 두 사람의 얼굴 표정만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줌으로써 긴장감과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마침내 엘런이 그토록 바라오던 헤롯과의 대결의 날. 시계의 분침이 12를 가리킨 바로 그때, 엘런이 설치해놓은 다이너마이트가 마을 여기저기 곳곳에서 터져나가며 엘런이 등장한다. “대체 넌 뭐야!”라고 소리치는 헤롯에게 그녀는 헤롯의 손에 무참히 죽었던 자신의 아버지의 보안관 배지를 던진다. 그녀의 복수의 이유는 바로 이것이었다. “당신이 내 삶을 짓밟았어.” 원망의 말과 함께 날아간 총알은 헤롯의 심장에 박히고, 그녀는 결국 길고 길었던 복수의 끝을 마주한다. 오직 복수를 위해 끔찍한 기억이 자리하는 리뎀션에 왔던 그녀는 제 목적을 이루고 다시 말을 타고 마을을 떠난다.

 

 

▲ 퀵 앤 데드

 

 영화 <퀵 앤 데드>는 한눈에 보기에도 서부극의 장르를 띄고 있음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고전적 구조를 제대로 따르고 있으며, 미국의 서부 개척정신을 배제하여 주제적 측면에서의 변형을 잘 일으켰다. 또, 영화는 ‘사회질서에의 위협이 되는 폭력을 제거하고 사건을 해결한 주인공이 마지막에는 마을을 떠남으로써 공동체의 가치관과 생활방식에 동조되지 않고 자신의 개별성을 지킨다.’는 스토리로 서부극이라는 장르와 사회를 관계시켰을 때 관객들에게 ‘해결’이라는 영화의 중요한 특징을 보여줌으로써 공동체의 질서와 통합을 추구하고 사회의 현상 유지의 기능을 한다는 강점을 갖는다.

 다만 복수와 추적이라는 서부극의 특정화된 서사구조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치열한 결투 장면을 기대한 관객들이 보기에는 ‘총 쏘기 시합’의 장면들이 다소 허무할 수 있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서부극에서 잘 찾아볼 수 없는 점인 여성을 주인공으로 세운 것은 영화의 시작 부분에서 굉장한 신선함으로 다가왔지만 영화의 막이 올라갈 때쯤 ‘이럴 거면 굳이 왜 여성을 주인공으로 사용했나?’라는 의문이 남았다. 영화 스토리 전반이 특별할 게 딱히 없는 전형적인 서부극의 서사구조였기 때문이다. 여성이 주인공을 맡음으로써 보여줄 수 있는 색다른 부분들을 잘 캐치해내지 못한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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