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네이버 북스

 

“내일을 준비하던 천지가 죽었습니다.” 엄마에게 MP3를 사달라고 조르던 소녀 천지의 자살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천지는 똘똘하고 똑 부러지니까 아무 걱정 없어.’라고 만 생각하던 남은 두 가족에게 천지의 죽음은 죄책감으로 남고 천지가 자살한 이유 그 진실을 찾아 나간다.

 

천지는 학업 성적이 좋았다, 혼자서 두 딸을 키우는 엄마에게 부담이 될까 엄마에게 무리한 부탁을 하지 않을 정도로 속 깊고 착했다, 교우 관계는 ‘원만해 보였다.’ 똑 부러지고 착한 천지는 사실 학교에서는 은근한 따돌림을 당하고 있었다. 가장 친한 친구로 보였던 ‘화연’이 그 왕따의 주도자였다. 천지는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당한 모든 괴롭힘과 조롱을 혼자서 소화하다 그만 탈이 난 것이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자신에게 다가오기를 바랬던 마음을 쪽지에 쓰고 자신의 유일한 취미였던 뜨개질의 털 뭉치에 넣고 숨기면서 떠났다.

 

 

▲ 출처 네이버 영화

 

동명의 영화로도 개봉되었던 ‘우아한 거짓말’은 이젠 흔한 소재가 되어버린 왕따에 대한 이야기이다. 천지의 죽음이란 우울한 전제 속에서도 엄마와 언니 만지가 이끌어가는 이 이야기의 분위기는 지나치게 담백하고 무뚝뚝하다. 그런 무뚝뚝하고 어쩌면 실소를 머금게 하는 문체들은 단숨에 읽히지만, 그 속 의미를 짚어 갈 때마다 독자들을 더 슬프게 하고 우울하게 만든다.

 

 

▲ 출처 네이버 영화

 

난 책을 읽으면 독후감을 쓰진 않지만, 마음에 와닿는 문장이 있으면 일기장 맨 뒤에다 그 몇 줄의 문장을 필사하곤 한다. 유독 이 책은 마음에 와닿고 쓰라린 문장이 많았다.

 

천지의 엄마는 사실 화연이 자신의 딸을 은연중에 왕따를 시킨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고 화연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중국집에 가서 이야기했지만 자신들이 바쁘다는 핑계로 그리고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그렇다는 핑계로 대충 넘어가려 했다.

 

그리고 천지가 죽은 후 천지의 엄마는 일부러 화연의 가족이 사는 아파트로 이사하고 엄마는 그 중국집에 가서 짜장면을 시켜 먹었다. 천지가 한 시간 늦게 초대된 화연의 생일파티를 하던 그 중국집에서 짜장면이 죽는 것보다 싫다고 하는 그 짜장면을 억지로 욱여넣고는 계산을 하며 말한다.

 

“사과하려면 하지 마세요, 받을 사람이 준비되지 않은 사과를 받으면 억장에 꽂힙니다. 그리고 난 사과를 받지도 않았는데 도망갈 구멍을 파 놓는 거 너무 비겁하지 않나요?”

 

라고. 미안하다, 죄송합니다.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라고 난 많이 들었다 그 쉬운 한 마디가 많은 것을 남으로 부터 나를 해방시킬 수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누군가의 입장에서 그 쉬운 ‘미안하다’라는 한 마디 만으로는 해결 할 수 없는 문제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 장면은 언니 만지가 인제 그만 천지를 잊자고 엄마에게 말하고 엄마는 한에 서린 듯이 외치는 대사가 있다.

 

“묻으라고? 가슴에 못 묻어 콘크리트로 붓고 그 위에 쇳물을 부어 굳혀도 바락바락 기어 나오는 자식이다. 미안해서, 불쌍해서, 원통해서 못 묻어!”

 

이 책의 주제인 ‘왕따’는 피해자 천지뿐만이 아니라 천지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는 요소이다.

 

 

▲ 출처 네이버 영화

 

그러한 천지의 고통을 복기하며, 아무렇지 않은 듯 슬픔과 고통을 소화하려 안간힘 쓰는 엄마를 보면서도 만지는 천지를 자살로 몰고 간 화연을 ‘용서’한다. 사람을 죽인 년이라는 꼬리표를 달며 또다시 자신의 동생 같은 고통 속에서 슬퍼하는 누군가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천지는 화연을 용서한다.

 

화연도 천지처럼 누군가에게 ‘우아한 거짓말’을 행하고 있을지 몰랐을 테니까.

 

혹시 우리는 누군가의 우아한 거짓말에 속고 필사적인 SOS 신호를 못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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