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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마드리드가 지난 2015-16 시즌에 이어서 이번 2016-17 시즌에도 UEFA 챔피언스리그의 왕좌에 앉았다. 유러피언컵이 UEFA 챔피언스리그라는 명칭으로 개명한 이후에 디펜딩 챔피언(지난 시즌 우승팀)이 빅이어를 들어올린 최초의 사례가 됐다.

레알 마드리드는 지난 3일 토요일에 웨일스 카디프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벤투스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멀티골과 카세미루의 원더골, 마르코 아센시오의 쐐기골에 힘입어서 4-1 승리를 거뒀다. 승리를 거두며 빅이어를 들어올린 레알 마드리드는 '라 두오데시마(La Duodecima, 12번째 우승)'라는 명예로운 업적을 달성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경기 시작과 동시에 유벤투스를 압박했다. 하지만 안드레아 바르잘리와 레오나르도 보누치, 지오르지오 키엘리니로 구성된 유벤투스의 백쓰리는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을 쉽게 허용하지 않았다. 팽팽한 균형을 깨뜨린 건 '챔스의 사나이' 호날두였다. 오른쪽 측면에서 다니엘 카르바할의 빠른 크로스를 이어받은 호날두는 지체 없이 슈팅으로 연결했고 볼은 골망을 갈랐다.

하지만 유벤투스는 당황하지 않고 UEFA 챔피언스리그 역사에 남을 골을 만들어냈다.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곤잘로 이과인이 연결한 볼을 골문을 등 지고 있던 마리오 만주키치가 바이시클킥을 시도했다. 볼은 포물선을 그리며 골망을 갈랐고 2001-02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지네딘 지단이 선보인 발리슛 골과 비견되는 골이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한 골씩을 주고 받으며 전반전을 끝낸 두 팀은 후반전에도 서로를 압박했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가 또 한 번 균형을 무너뜨렸다. 그 중심에는 '원더골 제조기' 카세미루가 있었다. 카세미루는 골문과 약 35m로 다소 먼 거리에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고 볼은 유벤투스 수비수에게 굴절되며 골망을 갈랐다.

레알은 승기를 잡음과 동시에 쐐기를 박았다. 호날두가 빠른 오프 더 볼 움직임을 통해 루카 모드리치의 공간 패스를 지체 없이 골문으로 차 넣었다. 유벤투스의 기세가 꺾이는 순간이자 호날두가 세계 최고의 선수임이 다시 한 번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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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공을 펼치며 만회골을 노린 유벤투스는 후반 21분 바르잘리를 대신해서 후안 콰드라도를 투입하며 백포로 전환함과 동시에 콰드라도의 빠른 발을 이용해 레알의 수비진을 공략하고자 했다. 하지만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의 바람은 18분 만에 물거품이 됐다. 콰드라도가 후반 27분 호날두에게 무리한 백태클로 경고를 받은 데 이어서 후반 39분 세르히오 라모스의 발을 밟는 동작을 취해 경고누적으로 퇴장을 당하고 만 것이다.

곧바로 레알 마드리드는 12번째 우승에 종지부를 찍었다. 후반 막바지 절묘하게 골라인을 따라 드리블을 시도한 마르셀로의 패스를 받은 아센시오가 골을 뽑아냈다. 아센시오는 골과 동시에 관중들에게 달려가 셀레브레이션을 선보이며 우승을 자축했다. 반면 대회 동안 단 3실점밖에 하지 않았던 유벤투스는 결승전에서만 4실점을 허용하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센시오의 골을 마지막으로 펠릭스 브리히 주심은 휘슬을 입에 물고 경기 종료를 선언했다. 2008 K-리그 챔피언 결정전 2차전이었던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서울의 경기에서 주심을 맡기도 했던 펠릭스 심판에게도 뜻깊은 경기로 남게 되는 순간이었다. 레알 마드리드의 주장인 라모스가 빅이어를 들어올리며 2016-17 시즌의 행사는 모두 막을 내렸다.

한편 레알 마드리드는 UEFA 챔피언스리그의 디펜딩 챔피언은 우승할 수 없다는 공식을 깨뜨리고 다시 한 번 빅이어를 들어올려 보였다. 다음 시즌에도 레알 마드리드가 리버풀과 바르셀로나, 유벤투스 등의 쟁쟁한 팀들을 다시 한 번 제치고 대권에 도전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바이다.

Adieu! 20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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